с новым годом!
러시아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다. 일반 기독교가 아닌 러시아 정교를 믿기 때문이다. 러시아 친구가 말하기를 연휴 몇 주 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고 한다. 큰 행사라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너도나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신기하다. 왜 치열하게 싸우면서까지 장식을 해야 하는 걸까? 물론 내가 기독교나 천주교가 아니여서겠지. 모스크바까지 왔지만, 크리스마스는 그저 쉬는 날의 하루일 뿐이라며 혼자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게 실감이 난다. 집 근처는 조용하고 찬바람만 부는데 시내는 발 디딜 틈 없이 시끌벅적하다. 좋아하는 사진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모스크바 사진을 예쁘게 담았길래 나도 보러 갔다. 눈이 얼마나 내리는지 속눈썹까지 쌓인다. 붉은 광장에 가니 크렘린 성당 앞에서 산타할아버지가 마이크를 들고 얘기를 한다.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들었다. 사람들이 큰 원을 그리며 서 있었고 앞에는 애기들이 있었다. 뭐가 나올 것 같냐고 물어보고 아이들이 너도나도 답을 하는 것 같았다. 질문이 끝나고 무대에서 동물 탈을 쓴 사람들이 나왔다.
천장에는 화려한 조명, 길 곳곳에는 선물 가게와 음료나 소시지 파는 가게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작은 가게 앞에 옹기종기 모여 물건을 보는 모습이 귀여웠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이미 집에 있을 것 같고 흔해 보인다. 어딜 가도 파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가게마다 모여서 저거 보여달라고, 얼마냐는 얘기를 듣거나 사가는 걸 보면 현지인이 아니라 모스크바로 여행 온 외국인처럼 보인다. 순수하다. 그들로 인해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로 보였다.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허전한 집이 생각났다. 다른 집들처럼 트리를 사거나 집 안을 예쁘게 꾸미지 않았다. 왠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집 근처 새로 생긴 꽃집에서 이모 드릴 작은 꽃다발을 사 왔다. 크리스마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