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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롸이프 Jul 10. 2024

6살 딸과 엄마, 스위스 2주 여행기 (6) 바젤

아트 바젤! 동물원, 그리고 워터파크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아트 바젤 (Art Basel)’ 을 보는 마지막 일정이다. 제네바에서 직행 기차가 없어서 중간에 갈아타야 했지만 여행 일정 후반에 행사가 열려 어쩔 수 없이 출국 전 3박을 지내기로 했다.


꼼지락 거리다 기차에 타고보니 낮잠시간에 걸렸다. 나도 피곤하고 잠든 애 얼굴을 보니 푹 재우고 싶어서 중간에 갈아타야 할 역을 지나치고 제네바에서 취리히까지 논스탑으로 두시간을 달렸다. 뭐 어떠냐. 우리에게는 스위스패스가 있다.



바젤은 스위스의 그 어느 도시보다 기차역 중심으로 미술관, 동물원, 워터파크 등 볼거리, 할 거리가 깨알같았다. 대부분 걷거나 호텔 앞에서 트램을 몇 정거장만 타면 모든 관광이 가능하다. 우리는 아트페어, 동물원, 워터파크를 3일에 걸쳐 다녔다.

 


바젤 SBB역에 인접해 있는 바젤 동물원 (Zoo Basel) 은 이틀이나 연속으로 걸어서 갈 만큼 가까웠다. 스위스의 가장 오래된 동물원이지만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너무 크지 않은 동선이라 한 바퀴 걸어 다니기에 딱 적당했다. 동물들을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롸도 좋아했다.



나도 이번 여행을 위해 카메라를 샀지만, 롸도 어린이용을 하나 사줬다. 나는 핸드폰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었고, 롸는 요즘 부쩍 사진 촬영에 관심을 보여서다. 롸는 동물원에서 본인이 직접 들고 다니며 담아두고 싶은 동물들의 순간을 촬영했다. 아이가 혼자 할 줄 아는 게 늘어나면서 본인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깨쳐 가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미술은 문외한이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은 세계 최대 미술 박람회, 아트 바젤. 이 현장에 내가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됐다. 세계 각국에서 온 멋진 미술 관계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조차 볼거리였다. 여기에 나를 더 흥분시킨 건 주최 측의 아이 돌봄 서비스다.



부모들이 전시회를 보는 동안 4살 이상의 아이들을 봐준다. 에어바운스부터 공놀이, 킥보드를 탈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있고 아트 키즈 클래스도 진행한다. 입장권이 있는 부모라면 무료다. 아트 바젤 앱에서 나와 아이의 정보를 등록하면 되고, 아이는 내 연락처 QR코드가 인쇄된 팔찌를 차고 놀다 필요시 직원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낯선 곳이지만 이제 외국인과 다른 나라 여행에 익숙해졌는지 롸도 흔쾌히 혼자 있겠다고 한다. 들뜬 마음에 엄마 보고 싶으면  ‘마미 플리즈’ 하라고 속성 교육을 시키고 전시장으로 향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그리 멀리까지 가진 못했다. 그래도 40분간 꿈같은 자유관람시간을 얻었다!



그렇게 롸는 마미를 만나고도 이곳에서 여기저기 한두 시간을 더 놀았다. 올해 아트 키즈 수업 테마인 ‘City, Country, River’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 철사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기를 할 수 있다. 각 공간마다 영어도 가능한 직원들이 1~4명씩 상주해 외국인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와 어른이 분리되지 않고 어디든 아이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기서도 느껴졌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워터파크다. 구글지도에서 놀이터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은 주변 검색이 워터파크였다. 스위스의 워터파크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물놀이를 좋아하는 롸와 하루종일 몸으로 놀기 위해서다.



바젤역에서 기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워터파크가 있었다. 주말이지만 사람들은 적당히 붐볐다. 바깥으로 나가기에는 아직 날이 쌀쌀해 덜덜 떨면서도 즐겁게 슬라이드를 타고 놀았다. 유럽의 자유분방함인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인지 워터파크에는 안전요원이 거의 없었고 슬라이드조차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덕분에? 마지막 날 혹시나 다치거나 할까 봐 긴장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 인상적이었던 건 남녀 공용, 가족 탈의실과 샤워실이다. 보통 우리나라는 아이가 다섯 살을 넘으면 부모 혼자 수영장이나 사우나를 갈 때, 자녀와 성별이 다를 경우 아이를 인도해 줄 별도 직원 서비스가 없으면 이용이 어렵다. 처음엔 남녀 입구를 찾으려고 어리둥절했지만 생각해 보니 너무나 당연하기도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크고 작은 미술관이 많았던 바젤은 나중에 롸가 크면 다시 찾아 함께 감상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보지 못한 동물이 많았던 동물원도. 나름 일정에 쫓기지 않는 여행이었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든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우리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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