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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롸이프 Jul 12. 2024

6살 딸과 엄마, 스위스 2주 여행기 (7) 에필로그

 나,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꿈같은 2주가 흐르고 현실로 돌아와 다시 또 한 달이 흘렀다. 모든 게 떠나기 전 그대로였고, 다시 일상을 마주했다.



스위스의 여유로움은 아이와 둘이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줬다. 아이가 대여섯 살이 되고나서부터는 온전히 너와 나 둘이 집에서 있는 시간이 항상 두려웠다. 뭘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막막했고, 아이가 하자는 놀이는 최선을 다해도 도무지 영혼을 담기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일하는 엄마라 늘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주말에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젠 동네 놀이터, 집 앞 산책이라도 둘이 나갈 용기가 생겼다.


‘우울증입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회사문제는 계속 꼬이기만 했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신입사원부터 13년 동안 결혼, 승진, 출산 나의 젊음의 한편에 항상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던 나의 회사. 나의 일을 정말 사랑했고, 열심히 일했고, 최선을 다해서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다만 예상치 못한 전개에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지만, 이게 세상 끝도 아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너무 열심히 봤는지 불안이가 머릿속을 조종 중인 것 같고 아무래도 마음에도 병이 생긴 것 같아, 지인으로부터 정신과를 추천받았다.


 ‘내가 정신과를 가는 날이 오다니…’

병원 입구에 들어갈 때까지도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 상담센터를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결국 나의 정신승리를 위한 과정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게다가 문제상황 외 개인의 과거와 기질, 성격 검사를 통한 근본적인 ‘나’를 돌아보는 건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과거의 상처받은 어린 나와 마주하게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지하를 뚫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회당 10만 원씩 하는 상담 비용과 상담실장의 5회, 10회 패키지 구매 권유는 또 다른 지하세계를 만난 기분을 들게 했다.


나는 일도 잘하고, 남편과 문제없이 아이도 똑똑하게 잘 키우고, 시부모님, 우리 부모님께 효도하고 모두의 자랑으로 살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한순간에 인생의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나,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맞다, 세상 끝 아니지


다행히 요즘은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전처럼 밤을 새우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자니 낮 컨디션이 훨씬 괜찮고 기운이 다운될 때도 하한선이 생긴 기분이다. 울적하다가도 벽돌 깨기 게임처럼 공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온다.


무엇보다 롸에게 나의 감정이 들키지 않게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딸의 얼굴을 볼 때면 미안함과.. 모든 걸 잊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겹친다.


그럼 스위스에서 힐링은 도대체 뭐였던 걸까?


‘덜 쉬어서 그래요. 한 번도 이렇게 힘들었던 적 없죠? 현실과 좀 떨어져 시간이 지나다 보면 원래의 컨디션을 찾아 돌아올 거예요. 중요한 결정은 그때 해도 늦지 않아요 ‘


모두가 나의 퇴사를 말린다.

나는 퇴사가 이 모든 힘듦을 끊어내고 앞으로 한발 나아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차라리 휴직을 하라고 성급한 퇴사라며 나에게 마이너스라고 한다. 누구도 나에게 플러스를 얘기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내 자신을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한 플러스를 위해 퇴사를 하는 것인데…? 모르겠다.


요즘은 애플 뮤직 알고리즘만이 나를 이해한다.

오늘은 노라 존스 언니가 다 잊고 앞으로 나아가라 한다.


Carry on -Nora Jones


모든 것이 지나고

그땐 그게 최선인 줄 알았지


And after all's been said and done

Who said it best, were you the one?


우리 일단 잊어보자,

지난날을 뒤로하고 나아가


Let's just forget, leave it behind

And carry on…


아직 두렵지만 평화가 나를 감싸고 있으니

그저 나아가자


I lost my nerve, yet peace surrounds

So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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