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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롸이프 Aug 21. 2024

대기업 낙하산 유형 4가지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


지난 댓글 중, 내가 정식인사를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협조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고 그동안 내가 우리 회사에서 만난 낙하산들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재벌기업 기준이고 유형 분석은 13년 차 회사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회사원들은 잘 알겠지만 자의적으로 낙하산을 규정하는 일은 드물다. 우리 층에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처럼 일하다 보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낙하산이다. 때로는 본인입으로 직접 얘기할 때도 있고, 상사를 통해서, 아니면 인사팀, 동기나 선후배를 통해 구전으로 전파되는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내 낙하산을 파악하는 건 업무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최소 나에게 올 피해를 피하거나 줄이기 위함이 더 크겠다. 회사라는 정글에서는 뭐 하나라도 더 아는 게 힘이자 파워다.


낙하산은 단어가 상징하는 그대로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사를 말한다. 정규 입사과정을 거치치 않고 인사가 난 경우다. 낙하산 중에서도 맡은 업무가 과거 경력과 업의 연관성이 무관했던 경우를 주로 떠올렸다.


1. 로열패밀리 직계 라인

웬만해서는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순수 혈통. 평사원이나 대리급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초고속 승진이 대표적 특징이다. 때로는 승진의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없던 제도가 생긴다든지, 비슷한 연령대의 남녀 승진 비율을 맞추는 등 보수적인 회사가 갑자기 혁신을 한다. 뭐 하나 진행하려면 보고의 보고를 거쳐야 하는 회사가 일사불란하게 입을 맞춘다. 평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로열 라인을 알아보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은 무용담처럼 회사를 떠돈다.


2. 로열패밀리 일반 라인

직계 라인 사둔의 팔촌까지 줄줄이 가능하다. 인성이 좋고 나쁨을 떠나 대부분 3년 안에 역량이 드러나 본인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어느 날 홀연히 유학을 떠난다. 옷차림 등 평소 행색에서 일반 직원과 다름이 확연히 느껴지는 편. 반면 오래가는 경우는 1번 직계 라인 수반을 드는 역할로 등장한다.


3. 정재계 라인

보통의 대기업은 보수정권, 여당과 궤를 같이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 중심의 산업에 의존하고 있고 각종 규제,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과 긴밀하게 엮어 있다 보니 몇 안 되는 고위임원 자리는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해 본인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는지 항상 증명하고 싶어 한다. 결국 몇 년 뒤 같은 정관계라인, 다른 대기업으로 흘러들어 가 무능한 역량을 최선을 다해 펼친다.


4. 시즈널 라인

임원인사 시즌에 특정 라인 바람이 불 때가 있다. 경쟁사, 컨설팅사, 연구원 등 배경은 다양하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준 결과다. 다른 낙하산에 비해 그나마 업의 연관성이 높을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 초대 윗 라인이 정리되며, 나머지 딸려온 라인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번외) 충신 라인

로열패밀리 곁에서 보좌하며 재무,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 특정 공로를 인정받아 로열라인 눈에 한번 들었다면 무슨 사고를 쳐도 말년이 보장되는 편이다. 내부 정보를 너무 많이 알아 함부로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다. 직무나 평가, 평판 상관없이 계열사나 계열사의 자회사 대표까지 모든 수직상하 이동이 가능하다.


대기업에 낙하산이 만연한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학연지연혈연관계에서 비롯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맡기고 일할 사람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회사는 직원을 잘 키워 리더를 만들기보다 현재 인력을 줄이고 외부 유능한 인재 영입을 목표로 두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을 뽑는 것만큼 어려운 게 내보내는 일이다. 상식을 벗어난 인사가 나머지 성실한 구성원들에게, 또 궁극적으로 회사의 발전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지는 너무나도 잘 봐왔고 직접 겪었다. 학연지연혈연 또한 네트워킹의 역량으로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 전문성에 대한 객관적인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어야 구성원으로부터 리더로 인정받고 팀을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일은 결국 팀원이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에게 잘 보여 출세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최대한 이들을 피하거나 눈밖에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상에 좋겠다. 나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충돌이 나지 않는 게 상책이겠지만, 불가피할 경우 근태 등 나의 귀책사유가 될만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겨둬 만일의 사태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는 가급적 회사 내부인이 아닌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너무 당연하게도 회사는 회사의 편이지 나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하든 본인 스스로 내상이 적지 않으니, 궁극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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