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Jul 27. 2019

오마주 투 자라(Homage To Zarra)

영원히 그곳에서 행복하렴

인도 시각 오전 6시 30분. 한국 시각 오전 10시, 2019년 7월 26일. 가장 아꼈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 강아지는 나의 강아지가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강아지였다.


지인이 인스타에 자라의 새로운 사진을 업로드했다. 거기에 난 자라가 예뻐서 댓글을 달았다. 잠시 후 지인은 '자라가 이 세상에 없다'라는 대댓글을 남겼다. 나는 정말 자라가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몇 년 만에 그 친구에게 DM을 날렸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에게 물으니 인도 친구 비키가 자라의 비보(悲報)를 알려줬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오랜만에 자라 관련 글을 올렸던 거다. 혹여나 자라가 죽은 지 한참 됐는데 늦게 알았을까 걱정했다. 인도 친구들과 연락이 다 끊겼음에도 자라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마자 그 소식을 접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 친구의 인스타에 댓글 남긴 게 신의 한 수였다.

내가 아는 자라의 마지막 모습. 출처는 동생의 인스타

인도 여행 두 차례 모두 바라나시를 방문했었다. 가면 언제나 2주간 눌러앉았다. 처음엔 발걸음이 닿는 대로 가다 우연히, 두 번째는 옴과 자라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 2주를 두 번 곱하면 한 달. 바라나시라는 도시에만 한 달을 머물렀던 거다. 바라나시 오면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가지 않고 옴 레스트에만 머물렀다.


처음 자라를 봤을 때가 기억난다. 주인인 옴에게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니 '자라'라고 알려줬다. 나는 한국식으로 "자라?"라고 대답하니까 옴은 '자라'를 '으자흐라(?)' Z 발음을 강조해서 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자라는 평생 사람의 손길 속에 자랐고 여행자들에게 귀염 받던 강아지였다. 자라와 친해지고 싶어서 바라나시 올 때마다 소고기 간식을 사 왔던 언니도 있었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도 없었다. 주인장 옴은 자라를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 자라 어렸을 때는 땅도 못 밟게 안고 다녔다는 소문도 있었다. 노견일 때도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데 어렸을 때는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 된다.

옴레스트 게하 1층 소파가 바로 요기!

원래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나의 성미도 한몫하나 자라는 내게 잘 다가왔고 애교도 많았다. 1층 소파는 옴 레스트 게스트하우스의 핫플레이스다. 그곳에 혼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자라가 꼭 옆에 붙어있었다. 그러면 자라가 내게 준 체온이 좋아 자라가 다가왔을 때 쓰담 쓰담하곤 했다. 소파에서 낮잠 자고 있었을 때 옆에 자라도 같이 자기도 했다. 자라는 나마스떼도 참 잘했다. 나마스테는 힌디어로 <안녕하세요>인데 여기서 말하는 나마스테란 자라가 일어선 자세를 말한다. 내가 자라를 만났을 땐 이미 자라가 14살 노견일 때라 나마스테를 자주 하면 안 된다고 하나 그래도 나마스테 시키면 곧잘 했다.


한국에 와도 다른 여행지를 다녀도 가끔 자라와 있었던 일, 자라와 옴과, 바라나시 그리고 인도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자라 때문에 오랜만에 그 친구와도 연락했다. 자라는 사람도 이어주고 떠났다.


2015년 옴 레스트에서 만난 동생이 오랜만에 자라 관련 글을 올린 건 필연이자 자라가 나에게 남긴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오글거리지만 '언니, 나 이제 이곳에 없어 무지개다리로 떠날 거야'라고 알린 시그널이라고 판단하겠다. 그렇게 믿고 싶다.


사랑하는 강아지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한국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위에서 아래로, 빛에서 어둠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