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Feb 08. 2021

1월 1일

2020년 12월 32일을 원해

현실이 믿음을 배반하였을 때 그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었다. 최선을 다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올 거라는, 삶의 신념은 가당 지도 않다는 듯 꺾여버렸다. 


나는 원래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이다. 아빠와 싸울 때 많이 울었고, 슬픈 영화 보다가 우는 정도였다. 2021년이 다가오면서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사실 연말에도 울었다. 지금도 울고 있다. 남들은 다 한다는 취업을 나는 찰나의 운이 닿지 않아 이루지 못하는 모양새에 단전에서부터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있다. 


12월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12월 31일에는 작은 수확을 얻기를 바랐다. 나의 바람은 우스운 것으로 되어버렸다. 상대방과 전혀 대화가 되고 있지 않다는 걸 여러 차례 실감하면서 나는 현장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최종 결과가 어찌 됐든 간에 연말이니까… 연말이니까, 산타클로스가 주는 작은 선물을 그날 받고 싶었던 나의 욕심은 다소 사치스러웠던 것일까. 


상처는 치유가 되지 않고 그저 덮어두기만 하였다. 상처를 볼 시간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였다. 힘든 것들도 잊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 데도 내 앞에 남겨진 유산이 없다는 걸 자각한 순간, 나의 뇌와 신체가 파업 선언을 하였다. 


처음으로 세상을 원망해 보았다. 불가항력에 억울하다. 나에게는 왜 운이 안 따라주는 것인지, 미칠 듯 억울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이상 더 해야만 나는 가능한 가? 나는 자신이 없는데… 더 이상 불 사를 수 없는 데. 내가 소소하게 즐겼던 유희들은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는 데 이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해야만 돌파할 수 있을까.


대충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을 탓할 텐데.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최선을 다해 버틴 모습, 당신께 보여드릴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