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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Apr 07. 2024

#5 나는 왜 일하는가

사회욕구, 책임, 숫자놀이 그 중간

1. 나는 일을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항상 일을 어떻게 잘할까 보다 어떻게 빨리 끝낼까부터 생각하는 놈이다.

승진, 고평가, 고성과급은 너무 좋았지만 순간처럼 짧았고 다시 꺼내보는 기억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우연히 모인 동료들과 맘이 맞아 힘듦과 여유를 나눌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그 기억을 계속 꺼내보며 추억하는 것이 나를 지탱했던 것 같다.


2. 한편으로 나를 짓누르는 성실이란 놈이 있다.

IMF때 조기퇴직한 아버지와 꾸준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한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슬프지만 꾸준한 직장생활을 하고 저축해야 최소한 50%의 불행은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회사가 나를 정말 필요로 할 때 나는 마치 안마의자에서 잠든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반면 내가 없어도 되는 조직에서 나는 단 1년도 견디지 못했다.


3. 나는 씀씀이가 크지 않다. 월평균 소비는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더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막연한 연봉상승욕구가 컸다.

최대한 빠르게 연봉이 올라야 한다는 신념은 두 가지에 기반했는데, 하나는 빠른 상승은 있어도 늦은 상승은 절대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빠른 상승이 누적갭차이를 꽤 크게 늘리 것 같아서였다.

근데 이게 끝이다. 누구는 집을 사려고 누구는 파이어족이 되려고 한다는데 난 아무 계획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납득이 안되는데 그냥 숫자놀이? 인 것 같다.


진짜 하찮고 별로인 이유들을 속시원히 적어놓고 나니, 때마침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보사노바 음악이 더 신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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