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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리나 Oct 11. 2020

해외살이에서 인간관계와 네트워크

학연, 지연, 혈연은 어딜 가도 만국 공통?

 항공편 직항으로 꼬박 12시간이 걸리는 이탈리아에 왔음에도 오히려 더한 한국적인 사회를 이곳에서 몸소 느낀다. 내가 교민 커뮤니티에서 100%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능력과 상황이 갖춰졌더라면 이런 고민과 생각은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한국인 base를 벗어나면 타국의 구직 시장에서는 대단한 매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또한 나는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도 아니다.) 타국에서 초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때 여러 가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무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EU 국가 중 금년(2020년) 국가부채율이 155%를 초과할 거라 예상한 이탈리아라면 말이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공개채용 같은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네트워크의 힘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거나 혹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실 분을 만나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 본다면 굉장히 기회주의적인 만남만을 고려하는 건 아닌가 가끔 스스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처음 이탈리아와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면 늘 나를 자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들이 많았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귀인인 Sole 언니(이모님)는 어떠한 의도 없이 이탈리아어 학원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워홀 결정 전 그저 이탈리아어 공부가 좋아 열심히 학원을 다닐 때였고, 이모님은 자녀분의 방학 때에 맞춰 같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언어를 잘하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로 잠깐 학원을 다니셨을 때였다. 


 Sole 언니는 개강 첫날 내 옆자리에 바로 앉고서는 수업 때 내용을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나는 언니의 질문을 틈틈이 답하면서 숙제도 도와드리고 그랬었다. 그때 내 모습을 좋게 보셨는지 밀라노로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워홀 시작 후 어느 정도 정착한 후 바로 연락드렸다. 물론 어떠한 기회를 바라고 연락을 드린 건 아니었고, 내 또래가 아닌 나보다 어른인 분을 해외에서도 가까이하고 싶어서였다. 


 가까이하고 싶다는 나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졌던 것인지 이모님은 인생선배로서 나에게 여러 가지 insight를 주셨고, 뒤이어 나의 해외 정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그 일, 내 이력서를 자신의 남편 분께 전달해주셨다. 정말 내 손모가지 걸고 말하겠지만 나는 해외 정착을 목표로 이탈리아에 온 게 아니었고, 그냥 기회가 되면 일해보고 싶단 마음뿐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서 같이 일했던 직장 선배들의 추천으로 감사하게도 여러 분야의 회사와 동종 업계에서 많은 이직 제안들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리고 이 얘기가 생각난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하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이 근시안적으로는 그 순간의 행동으로 끝나더라도 사실 그게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회 초년생으로 사파리 같았던 그 회사에서 버틸 때 나의 자존심은 지하 바닥을 뚫고 한없이 낮아 스스로 잘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뛰어나고 대단한 역량의 직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회사와 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내 역량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은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봤던 직장 선배들이 (심지어 같은 팀도 아니었던 옆팀 선배들이었다.) 나의 갑작스러운 퇴사 소식에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자신들의 거래처에 소개해주셨고, 잠시나마 나의 자존심 회복 및 나의 회사생활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한국땅을 벗어나도 내가 어느 사회조직에 흡수되는 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이탈리아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만 나의 평소의 모습과 태도로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그런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나의 평판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그 평판이 나만의 인간관계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좋은 사람 혹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법칙을 깨닫는다면, 어딜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학연, 지연 등 인맥에서 오는 긍정적인 결과만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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