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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진로고민

by 소소인

16년. 교직에 들어온 후 보낸 시간이다. 이제 몇년 더 지나면 20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내 나이때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진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자식의 색깔을 찾아 가고 있다. 기업에 다니는 친구, 창업을 하려는 친구, 학자로서 어떤 업적을 남기려는 친구... 나는 사실상 15년 전과 같다. 한 학급을 맡고, 수업을 맡고. 시험을 치르고 생활기록부를 쓰는 일상. 이대로 시간을 보낸다면 아마 내년, 내후년도 지금과 비슷한 1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교실은 복잡한 곳이다. 학생들을 일으키기는 어렵고,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때때로 보람과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그곳에 머무는 일은, 누가 뭐라 해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생각도 든다. 60대가 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었을 때, 평생 교실에서 머문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교실이 세상의 전부라 여기며 교문 밖을 나서면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교실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인간을 이해한, 사람을 길러 낸 누군가가 될까.


답은 누구도 모른다. 일반론도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보면 중간적인 결론은 대략 알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발전은 없고 현실에 머무르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점점 어그러지는 학생들과의 관계가 힘들지만 그것을 돌파할 힘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경험과 변화도 시도해봤다. 뮤지컬 모임에 참여해서 공연도 했고, 배드민턴을 치면서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갖고자 했다. 그런데, 그렇게 교실 밖에서 얻어 낸 힘은 좀처럼 교실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교실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 짐을 교실 밖에서 떨쳐내는 데에 교실 밖의 활동에 의지하고 있다.


내 주변에는 교실을 떠나기 위해 교실에 머무는 사람이 많다. 이력서에 들어가는 몇 줄을 위해 업무를 맡고, 학교 밖의 활동에 임하는 사람들. 열정적이고, 교육에 힘쏟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표는 교실에서 떠나는 것이다. 교실에서 떠나기 위해 교실에서 업적을 쌓는 그 모습. 그것이 우리 학교가 가진 한 단면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교실을 떠나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할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할까.


모든 호모 사피엔스의 삶이 그렇듯, 정해진 답은 없다. 어디로 가든, 앞으로 가는 길이 정답이었다고 생각하며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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