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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리봉 Apr 29. 2023

국어샘, 첼로가 그렇게 좋아요?

취미 첼로가 전공이 되기까지

“그렇게 첼로가 좋아요?”     

라는 질문이 언제나 나에게 따라다닌다. 왜냐하면, 난 어릴 적부터 첼로를 전공했던 뼛속까지 전공자가 아닌 성인 이후 첼로를 전공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을 받을 때면 '좋아하다'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떡볶이 좋아해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네 좋아해요. 달큰하게 매운 게 전 좋거든요."라고 답한다든지, "00이 좋아해?"라는 질문을 받으면 "응, 좋아하는 것 같아. 계속 생각나." 라고 나의 기호와 감정에 맞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 전에는 "난 첼로 소리가 참 좋더라" 라고 쉽게 답했는데, 이제 전공을 하고 난 이후에는 쉽게 '좋아'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좋아하다'라는 단어 뜻을 찾아보니

 「1」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지다. /「3」 【-기를】 특정한 운동이나 놀이, 행동 따위를 즐겁게 하거나 하고 싶어 하다. /기쁘거나 즐거운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다.      

  ①좋은 느낌, ②즐겁게 하거나 ③하고 싶어 하는 것, ④기쁘거나 즐거운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제야 쉽사리 '난 첼로가 좋아'라고 말하지 못하는 지점을 알겠다. 전공하게 되면서 '좋은 느낌/ 기쁘거나 즐거운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는 것'에서 나는 머뭇거리게 되었다. 작곡자가 세밀하게 안내해 준 대로 연주하는 게 기본이니 작곡자가 요구하는 대로 내가 연주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지난했다. 정확한 음정과 음가를 표현하기 위해 한두 마디, 한 프레이지를 며칠이나 연습한 적이 부지기수니, 첼로가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고 쉽게 언급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어 하다'라는 설명에서 눈길이 멈춘다. 이 지점이 내가 첼로에 대하여 가지는 느낌을 정리해 주고 있다. 이 정의에 의한다면, 나는 첼로가 좋다. 나는 첼로를 좋아한다!     


  '정확한 연주를 바탕으로 한 나의 해석이 담긴 연주를 하고 싶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연습이 지칠 때마다, '왜 안 되지?'에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로 생각이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지'를 고민한다. 여러 영상을 찾아보고, 교수님께 지도도 받아보고, 이리저리 궁리하며 한 부분 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계속하고 싶다. 그러니까 '행동 따위를 즐겁지는 않지만 ^^ 하고 싶어 하다'인 상태인 것이다.      


  그저 애증의 관계라고 치부했던 나의 첼로, 아니면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서 그만두지 못한다고 우스개로 이야기했던 나의 첼로를 사실 나는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첼로를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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