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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리봉 Apr 29. 2023

비전공자가 첼로 대학원? 그냥 취미로 하면 안 되나

"비전공자가 첼로 대학원을? 왜? "     

  수 없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나 또한 궁금하다. 왜 결심했을까?

  국어 교사인 내가 첼로를 전공하겠다는 마음을! 그리고 실천까지?     


  하나의 선택을 결정하기 직전, 수많은 '해야 할 이유'와 '하면 안 될/못할 이유'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선택의 결정적 이유라는 게 있을까? 선택과 선택하지 않음(포기/ 보류/ 버림 등)의 결정적 사유라는 것도 여러 사유 중 필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첼로를 전공하기까지의 여러 이유 중 결정적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정리하다 보면 정말 '결정적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1. 결정적 이유 찾기_ 하나

 첼로 개인 레슨을 10년 남짓 꾸준히 받았었다. 피아노를 오랜 기간 친 덕분이었을까? 첼로는 시작하면서부터 박자와 리듬, 음정, 그리고 악보를 읽는 초견까지 남다르다는 칭찬을 듬뿍 받았었다. 이렇게 몇 년간 신나게 진도가 나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께서 레슨하실 때 곡의 레퍼토리 선정과 첼로 기교 등에서 레슨의 한계를 정하시는 것을 느꼈다. 연습량과 역량이 부족했기에 당연한 터였으나 더 배우고 싶은 욕심과 나에게 취미생이라는 한계가 그어졌다는 서운함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혔다. 이때부터였을까? 내 한계가 어디인지 제대로 끝까지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 결정적 이유 찾기 _ 둘

 직업과 가정을 가진 입장에서 취미를 진심으로 한다는 것은 어렵다. 시간적, 금전적 등의 여러 사유로 인해 취미 활동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어디까지나 취미이니까...... 첼로를 연습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만나면 시간을 가지고 연습하고 싶었다. 안되니까 포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서 속상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한데, 역시나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이므로 외부적으로도 나의 마음 내부적으로도 연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내는 것에 설득력이 없었다. 이때부터였을까? 나와 타인이 납득할 공식적인 사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3. 결정적 이유 찾기 _ 셋

  첼로 연주자는 연주의 기회가 비교적 많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 대학에서 전공자 수를 정할 때 오케스트라 인원에 비례해서 악기 전공자 수를 결정하는 면이 있다고 하니, 첼로 전공자는 다른 악기에 비해 적은 편이다.

  아마추어로 개인 레슨을 꾸준히 10년 정도 받은 채 해외한국국제학교에 5년 정도 초빙 교사로 근무했었다. 이곳에서 아마추어지만 특히나 해외에서 만나기 어려운 첼로 연주자가 있다고 하니, 음악 선생님과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방과후 선생님께서 찾아오셔서 '피아노 트리오'를  제안하셨고, '샘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 워낙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 함께 이끌어 주셔서 5년 내내 트리오 활동을 했고, 중국 지역 방송과 각종 행사에서 공연하는 기회를 가지며 연주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때였을까? 조화와 솔로의 매력을 동시에 가진 트리오에 매료되어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정적 이유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이어진다. 내가 첼로를 택했는지, 첼로가 날 택했는지 알 수 없는 인연이지만 하나씩 인연의 실타래를 글로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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