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소통이란 무엇일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여행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포그래픽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7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여가활동(1, 2, 3순위)으로 해외관광(49%)이 가장 많이 꼽혔다. 그다음으로 국내관광(48.2%), 영화 관람(43.6%), 친구·동호회 모임(38.4%), 공연 관람(18.8%) 등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가 종식되면, 뭐부터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았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백신 접종 시작되면, 이제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종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with 코로나 시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대면이 제한된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공연과 행사가 취소됐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획하던 몇 가지의 프로젝트가 기약도 없이 미뤄졌고, 지금도 그런 일은 무수히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현상은 지속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비대면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할 멤버들과 지난 몇 주간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고, 또 회의했다. 오늘도 조금의 휴식 시간도 없이 3시간 내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예전에는 비대면 방식을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만 행하는 임시방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공존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된 지금에는 비대면을 더 이상 대면의 대안 정도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대면만큼이나 비대면 방식의 중요성도 커진 것이다.
문화예술계, 특히 공연과 축제처럼 대면과 라이브를 특징으로 하는 세계에 몸담아온 사람에게는 이 같은 변화가 더욱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대면으로 수행해야 하는 여러 가지 안을 주고받으면서도 결국은 대면으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자꾸만 남는 것을 어쩌랴. 그러나 이제는 이런 생각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시기만 돌아보고, 익숙한 방식만 고수한다면 좋은 기획안은 나올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사람들을 만나 직접 전하지 못한 말은 자꾸 쌓여 간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예술로 치환해 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또 단절되고 소외된 관계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8월이 끝을 향해 가는 요즘, 나는 앞으로 어떤 방향의 기획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주도면밀하게 다가가는 것보다는 소수라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방식이 무엇일지에 대해.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획에 반영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는 게 참 아쉽다. 그나마 블로그를 통해 이웃분들이 어떤 것을 고민하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열심히 읽고 있다.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분들이지만, 이렇게 삶을 공유하는 게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역시 글이라는 것은 비대면 방식일지언정, 마음에 깊숙이 파고든다는 걸 느낀다. 대면이 익숙하니 편하고, 문화예술을 나누기에 최선의 방식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겠다. 방식이 중한 게 아니고, 기획의 본질이 중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