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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윤 Jul 24. 2018

[1m²인터뷰]좋아서 할 뿐. 우타이테  '김태준'

세상은 넓다. 그 넓은 세상 안에서 음악은 수백의 언어로, 수천의 악기로, 수억의 목소리로 존재한다. 

새로운 음악을 '우연히' 접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은 어떤 영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영역은 클럽일 수도 있고 콘서트홀일 수도 있고 SNS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다. 그 음악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기꺼이 그 음악들을 찾아가야 한다. 영감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넓은 놀이터로 데려가야 한다.


대표는 웃긴대학(인터넷 커뮤니티) 13년차 눈팅러다. 대표의 사생활을 살포시 밝히는 이유는, 이번 인터뷰가 웃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대표는 나에게 '피스사인을 불러보았다.’ 라는 제목의 웃대 게시물을 보여주었다. 심플한 글 제목과 달리 시원하고 깔끔한 목소리, 높은 퀄리티의 코러스에 놀랐다. 하지만 나에겐 생소한 장르. 일본 애니의 OST였다.

“신선한데? 아는 가수야?” 대표에게 물었다. 

“우리 고객님이셔.” 

대표는 응원 댓글을 달기위해 스크롤을 내렸는데 우리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는 고객님이란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생소한 서브컬쳐 장르를 부르는 그의 음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기꺼이 그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1. 歌い手 = Cover


반갑습니다. 김태준 님!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음악을 하고 계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BJ면서 일본 애니 OST를 부르는 우타이테를 꿈꾸고 있는 김태준입니다. '김투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녹음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타이테 : (일본에서) 커버곡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사람


저는 애니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애니음악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요. 태준 씨 덕분에 일본 애니 OST를 제대로 들어보게 됐죠. 이런 음악에 언제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희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세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를 합창단에 넣어주셨어요. 제가 노래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냥 떠밀려 들어갔어요. 그렇게 3년을 합창단에서 보냈습니다. 합창단 생활 때문인지 노래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그렇게 중학생이 되었고, 어느 날 새로 사귄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저는 그때 부르던 노래가 소주 한잔, 뭐 이런 발라드였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일본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다! 나 빼고! 이 친구들과 함께 하려면 일본 노래를 알아야겠다 생각해서 그때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애니 음악을 들어보면 밴드 음악 느낌이에요. 템포도 좀 빠르고, 번역된 가사를 보면 환상적인 느낌이 강하고.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음악이라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 장르에 빠져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제가 발라드를 못 부르기 때문이에요(웃음). 제가 기교가 없어요. 많은 기교나 감성보다는 뭔가 시원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선호하게 됐어요. 한참 고음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땐 쉬즈곤, 라젠카 이런 노래들을 불렀죠. 다 밴드 음악이네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친구들 때문에 일본 노래를 접하게 됐고, 일본의 밴드도 많이 찾아보게 됐어요. 범프 오브 치킨, 잔다르크. 이런 밴드들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면서 점점 빠져들게 됐죠.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애니 OST 시장이 엄청 커요. 그리고 '애니'라는 장르에 맞게 빠르고, 신나고, 악기들이 막 뛰쳐나오고, 환상적인 가사들이 들어있는 밴드 음악이 성행하죠. 제가 영화도 액션을 좋아하거든요. 총 쏘고 자동차 뒤집어지고 폭탄 터지고.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엔 그저 밴드 음악이 좋았는데 그 밴드들이 애니 OST를 부르니까 자연스럽게 애니 OST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일본 밴드 말고, 다른 국가의 밴드도 찾아보셨나요?


네. 팝 밴드도 좋아했어요. 린킨파크, 썸 41, 그린데이까지. 근데 이런 보컬밴드는 특색이 너무 강해서 제가 따라 부를 수 없더라구요. 제 느낌대로 부르면 노래가 이상해져요. 분명 들을 땐 좋았는데(웃음)... 그래서 저는 듣는 노래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구분 지어놔요. 팝 쪽은 듣는 노래, 일본 애니 OST 쪽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죠.


애니 OST를 들으셨으니, 자연스럽게 만화도 많이 보시게 됐나요?


아뇨. 저는 애니메이션은 잘 안 봐요. 노래만 많이 듣습니다. 본 애니가 10손가락 안에 들 거예요. 애니도 매력이 있지만 저는 그것에 사용되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거죠.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보컬로이드'라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어떤 캐릭터를 앞세워서 등장한 프로그램인데, 쉽게 말하면 '캐릭터가 노래 불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돼요. 발음과 음을 지정하면 그걸 그대로 불러주는 거예요. 프로듀서들이 음악을 만들면 그 음악을 불러줄 보컬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메이저에 있는 프로듀서가 아닌 이상 섭외도 어렵고 색깔에 맞는 보컬을 찾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다음부터는 프로듀서들이 보컬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자기 능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됐고 보컬로이드 관련한 일본 노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럼 태준 씨가 꿈꾸는 '우타이테'라는 것도 그 프로그램이 생긴 후에 만들어진 건가요?


우타이테는 그전부터 있었고 보컬로이드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활성화가 됐어요. 우타테미타(歌ってみた), '불러보았다'라는 제목을 달고 사람들이 커버곡 영상을 올리는 게 시초가 됐죠. '어떤 어떤 곡을 불러보았다.'라는 느낌으로 편하게 올리는 것이었어요. 우타테미타라 제목을 달고 올라오는 곡들이 많아지고 그런 음악을 올리는 사람들이 '우타이테'라고 불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팬층이 늘고 하나의 문화가 형성이 된 거죠. 


저작권의 문제가 심할 것 같아요.


심하죠. 근데 일본에서는 문화라는 느낌이 크기 때문에 그들끼리 서로 유하게 해결하나 봐요. 일본의 우타이테는 유튜브보다는 '니코니코동화'라는 사이트를 더 많이 이용해요. 유튜브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곡은 자동으로 검열이 되어 수익창출이 금지 돼죠. 하지만 니코니코동화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총 4개의 커버곡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중 3개가 걸려있어요. 그 영상들로 수익 창출은 되지 않는 거죠. 하지만 뷰 자체가 적다 보니 저한테 금전적으로 타격을 주거나 그렇진 않아요(웃음). 이제 막 시작이니까. 아직 음악으로 돈을 벌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차선책으로 선택한 게 방송 도네이션. 방송을 할 때 후원금이 들어와요. 그것으로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닉네임 투잰. 뭔가 투쟁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가끔씩 시청자분들 중에 제 닉네임의 의미를 맞추시는 비범한 분들이 계세요(웃음). 제 이름의 모음을 애너그램 한 거예요. 'ㅌ ㄴ' 에서 'ㅌ ㅈ'이 된 거죠. 저는 고3 때까지 별명이 없었어요. 어느 날 네이트온에서 친구가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다가 '야 태준아'라고 해야 할 걸 '야 투잰아'라고 잘못 보냈어요. 오타였던 건데 그때부터 별명이 투잰이 됐어요. 


아하! 그러면 제 이름은 '상윤'이니까 '슝안'이 되겠네요. 제 건 별로 안 예쁘네요...


하하. 방송 중에 시청자분들도 제 닉네임을 보고 애너그램을 직접 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2. History1 - Cover Musician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 했어요. 녹음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처음으로 유튜브에 업로드한 곡이 '호랑수월가'라는 곡이에요. 한국의 '나와 호랑이님'이라는 라이트 노벨의 드라마 OST인데, 서브컬처에서 나온 곡이지만 인기가 상당히 좋았어요. 유튜브에 500만 뷰가 넘는 영상이 하나 있는데 이 곡을 커버 한 영상이에요. 처음 그 곡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아서 꼭 불러보고 싶었어요. 이틀 삼일을 그 곡만 반복 재생해서 들었어요. 그러다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린 거예요. 그래서 노래방을 갔는데 노래방엔 그 곡이 없더라구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 '녹음'이었어요. 무작정 엠알을 구하고 녹음실을 잡았어요. 1인이 녹음할 수 있는 작은 녹음실을 빌려주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곳에서 녹음을 하고 우타이테 카페에서 믹싱을 해 주시는 분을 구해서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믹싱을 맡겼어요. 그리고 업로드를 했습니다. 만약 노래방에 이 '호랑수월가'가 있었다면 녹음을 안 했을지도 몰라요(웃음).


https://youtu.be/kGCDb0AWvQI

신이 주신 기회가 아닐까요(웃음)? 그럼 호랑수월가를 부르신 다음 다른 곡들도 녹음 욕심이 생기신 거군요.


믹싱 하시는 분에게 제 음원 파일을 보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생 목소리의 음원파일은 너무 허접하더라구요. 근데 믹싱이 끝난 곡을 딱 들어보니까... 그런 거 있잖아요 뭔가 화장을 한 느낌. 재미없던 게임 플레이 영상을 편집으로 엄청 재밌게 만든 느낌. 하필 그때 집 인터넷이 고장나서 핸드폰으로 믹싱본을 받았거든요. 근데 이틀 동안 인터넷 기사님이 안 오셔서 이틀 동안 제 노래를 계속 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믹싱 거친 완성본을 받아보니까 다른 곡도 불러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뮤지쿠스를 구매하게 됐구요. 두 번째 곡 다음부터는 뮤지쿠스에서 녹음하고 있습니다.


저도 고1 때 처음 녹음한 곡이 생각나는데, 제가 들어도 엄청 구리거든요. 근데 계속 들었어요 너무 소중해서.


맞아요. 공감합니다.

저는 '호시아이'라는 곡이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호시아이는 곡의 도입부에 반해서 부르게 됐어요. '구루타밍'이라는 우타이테가 있는데 고음이 엄청 올라가서 여성키도 가뿐하게 넘어요. 그 우타이테의 호시아이를 듣고 꼭 그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충분히 부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불러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짜내면 음이 올라가긴 하겠지만 듣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키를 낮추고 불렀네요(웃음).


이 곡에는 화음을 쌓은 후렴구가 있어요. 직접 하신 건가요?


네. 그냥 재미로 다른 음으로 불러서 어울리면 남겨놓고 아니다 싶으면 빼서 만들어진 코러스예요. 호시아이는 멜로디가 정직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쌓기가 쉬웠어요. 


https://youtu.be/WWzmEkyFgsk


태준 씨가 업로드하신 게시물들을 보면 항상 코멘트에 '추천곡을 남겨주세요!'라고 적어놓으시더라구요. 이게 어떤 우타이테의 문화인가요?


문화는 아닙니다. 제가 찾으면 얼마든지 다음 부를 곡을 찾을 수 있죠.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신청곡을 받아요. 하나는 댓글 유도. 영상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제가 모르고 있던 명곡들을 찾기 위해서구요. 다른 분이 신청곡을 올리면 꼭 한 번 들어보게 되잖아요. 추천곡 중에 은근 명곡들이 많아요. 제가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곡도 누군가 신청해 주신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단번에 꽂혀서 바로 준비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댓글을 보면 칭찬해주시는 분,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요. 팬층이 꽤 두터운 것 같았어요.


네 저도 놀라웠어요. '엇? 이정도로 반응이 좋은가?' 했거든요. 사실 아버지한테 이 곡을 처음 들려드렸을 때 시큰둥하셨어요. 제가 듣기엔 굉장히 잘 된 것 같아서 속으로 혼자 '브라보'이러고 있었죠(웃음). 근데 아버지가 들으시더니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하셨어요. 아무래도 호랑수월가가 첫곡이다 보니까 녹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항상 에코 빵빵한 노래방에서만 부르다가 콘덴서 마이크로 녹음을 하니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제가 콧소리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음을 쉽게 올릴 수 있거든요. 근데 녹음된 콧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창법을 바꿨어요. 생전 처음 다른 창법으로 부르다 보니까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아버지가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주신 거죠.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겠다.'라는 피드백을 주셨죠. 하지만 업로드를 딱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태준 님을 후원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요.


그건 제가 게임방송을 할 때 사용하는 후원 페이지예요. 게임 방송을 할 때 후원이 들어오면 화면 옆으로 큼지막하게 후원 주신 분의 메시지를 띄워주고 그 메시지를 텍스트 투 스피치가 읽어줘요. 그러면서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노는 게 방송의 문화예요. 그 메시지로 방송인을 갈구거나, 방해하거나, 응원하거나, 칭찬을 하는데 방송에서 사용하던 것을 음악으로 끌고 와서 후원을 받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후원이 들어오지는 않아요(웃음). 


작업현황을 표로 만드셔서 그 표를 리스너분들에게 공개해놓으세요.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작업을 엄청 철저하게 하시나 봐요.


전혀 철저하진 않아요. 제가 수집욕과 강박이 조금 있어요. 수집욕은 사실 지금 돈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웃음). 강박은 제가 했던 일들을 무조건 기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 군대에서부터 계속 기록했거든요. 일기는 물론이고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어서 소설의 설정이나 캐릭터 이미지를 쉬지 않고 노트에 적었어요. 전역하고 나서는 트위터에 제 일상을 기록하고 있구요. 이런 기록의 성향 때문인지 노래 부르는 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그리고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인 거죠. 저는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웃대'라는 커뮤니티에 본인의 노래를 공유하신 걸 봤어요.


웃대는 정말 오래된 커뮤니티죠. 웃대의 모토가 '남들을 행복하게 하자'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제 노래를 듣고 누군가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영상이 유튜브에만 머물면 유입이 너무 적어요. 그런 이유로 웃대에 올려봤는데 의외로 호응이 좋았어요. 역시 댓글은 웃대죠(웃음). 그래서 그 컨셉으로 꾸준히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 커뮤니티 댓글 중에 '노래를 배웠냐'라는 물음에 '독학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음악에 대해 공부를 하고 계시고 있나요?


아. 그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음악을 하고 있다'라는 뜻이었어요. 보컬 발성에 관한 유튜브 강의를 몇 개 찾아보긴 했어요. 어렵더라구요. 저의 발성 자체가 제대로 된 발성이 아니다 보니까 지금 목이 많이 상한 상태예요. 막말로 야매 발성에 고음병까지 걸렸으니 얼마나 성대를 혹사시켰겠어요. 그래서 지금 고음 노래는 많이 피하고 있고 여름이 끝나면 실용음악학원을 다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발음에 대한 칭찬도 많이 보였어요. 저는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일본어는 당연히 발음하기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우리말은 일본어보다 자음과 모음이 훨씬 많잖아요.


일본어를 한글로 표기를 하긴 엄청 쉽죠.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미묘한 차이가 존재해요. 약간 중간적인 발음이랄까? '카'와 '까'의 중간 발음, '츠'와 '쯔'의 중간 발음. 그런 느낌의 발음들이 있어서 한글로 표기한 걸 정직하게 읽으면 뭔가 어색하죠. 어렸을 때부터 일본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르다 보니까 발음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오덕'이란 단어를 당당하게 쓰시는 것 같았어요. 


네. 저는 남의 시선을 잘 신경 쓰지 않아요. 저에게 나쁜 표현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걸러버리면 되는 거고, 커뮤니티에서 그렇게 절 깎아내린다면 블락을 걸면 되는 거니까요.


태준 씨는 어느 것에 오덕이세요?


수준이 되게 얕은 오덕이에요. 애니메이션을 미친 듯이 보는 것도 아니죠. 그냥 귀여운 캐릭터 좋아하고, 애니도 재미있는 건 보고. 그 정도의 수준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게임 좋아하구요.


#3. History2 - Game Streamer 


태준 씨의 삶의 한 축이 되는 게임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른 일 없이 게임방송을 진행하고 계신 건가요?


네 지금은 백수예요. 전에는 일반 회사에서 1년을 넘게 일을 했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때려치고 나와서 인터넷 광고업계쪽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5개월 정도를 광고업 프리랜서로 살면서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고 강의도 많이 들었어요. 제가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게임도 다 접고 공부를 했어요. 돈을 벌고 싶어서. 일 하는 동안 돈을 꽤 벌었어요. 인센티브가 많이 떨어졌거든요. 근데 프리랜서다보니 하루 종일 주식하는 사람처럼 그 일에만 매달려있어야 했어요. 돈을 벌 만큼 벌어놨으니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게임방송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아둔 돈으로 에어컨, 카메라, 마이크, 컴퓨터를 사고 게임 스트리머의 길로 뛰어들었습니다. 돈이 남아서 생활비로 야금야금 쓰고 있는데 지금 거의 다 썼네요(웃음).

인터넷 게임방송은 잘 되고 있나요? 요즘은 BJ를 꿈꾸는 사람도 많아서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아요.


맞아요. 아직 돈을 벌고 있진 못해요. 게임방송 편집 영상으로 광고수익을 내고 있긴 한데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뷰 자체가 적은 편이죠. '일단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시작했는데, 요즘 멘탈이 많이 갈려나가고 있어요. 


그래도 영상 댓글에 '편집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댓글을 많이 봤어요.


가끔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고맙죠. 근데 편집 없이, 그냥 게임 자체를 잘하는 스트리머가 훨씬 잘 뜬다는 것을 느껴요. 저의 배틀그라운드 실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거든요. 실력이 좋지 않으니 편집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실력이 답입니다! 제가 비빌 수 없는 영역 같아요(웃음).

게임은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못 믿으시겠지만, 5살 때 게임으로 밤을 새웠어요. 패미컴 있잖아요. 티비와 연결해서 팩 꽂아서 하는. 이건 실화인데 안 믿는 사람이 많아요(웃음). 부모님과 할머니가 보통 10시에 주무셨는데, 저는 11시나 12시까지 게임을 더 하다가 쫄쫄 들어가서 자고 그랬어요. 어느 날은 하다 보니까 해가 떠 있는 거예요! 


와... 5살 때 밤샘이라니. 게임을 잘 하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제 친구 중에도 게임을 하나 하면 끝장을 보는 애가 있어요. 모든 게임을 잘 하기도 하구요. 


맞아요.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각기 다른 것 같아요. 공부를 잘하는 것도 공부에 집중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는 공부 능력은 없어요. 대신 저는 게임에 집중하는 능력이 있죠. 

제가 지금 백수상태로 게임 방송을 하고 있고, 거기다 노래까지 시작했잖아요. 근데 부모님은 저에게 한 번도 '취직해라, 공부해라'소리 안 하셨어요. 근데 어느 날 아버지가 저에게 물으시더라구요. '왜 내가 너한테 공부해라 소리를 평생 안 한 줄 아냐'. 저는 모른다고 했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버지가 저에게 '넌 다른 능력이 있고 그걸 충분히 살릴 수 있어서 그렇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엘소드'라는 게임을 좋아했어요. 액션 게임이에요. 그 게임에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 대전 대회에 나가서 1등을 두 번 했거든요. 온게임넷으로 방송을 탔죠. 지금은 흑역사로 남아있는데(웃음)...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느끼셨던 것 같아요. '어떤 게임에서 1등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집중력. 그걸 가지고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분명 뭐라도 될 거다. 공부가 아니어도 괜찮다.' 이렇게 저를 지금까지도 밀어주고 계세요.

부모님이 참 멋지시네요. 태준 씨의 방송을 몇 개 봤는데 말을 재밌게 잘 하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저는 말이 없어요. 예전에 있던 여자친구도 제가 말이 하도 없어서 재미없다고 헤어졌거든요(웃음). 그래서 게임방송을 할 땐 떠들려고 노력을 해요. 제가 천성이 말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방송을 하다 보면 텐션이 금방 떨어져요. 그래서 방송을 길게 하진 않습니다.


요즘은 게임 방송을 쉬고 계신가요? 유튜브 채널을 보니 게임 플레이 영상이 조금 뜸 한 것 같아서요.


유튜브와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 방송을 1년 정도 했는데 지금은 조금 쉬고 있어요. 배틀그라운드에 정이 떨어지기도 했고 게임 스트리머로서의 성공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더라구요. 사실 지금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고 있어요. 연애라던가 결혼, 취직까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많은 것들에 목메어서 아등바등 살까?'라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보니 저의 꿈이 보였어요. 얽매여 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고 싶었어요. 제가 게임방송과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이유가 이거예요. 내려놓기.  

#4. Be 歌い手


물론 많은 걸 내려놓으셨지만 이제 막 시작한 음악 생활에 대한 기대나 계획은 있을 것 같아요.


네. 제가 배틀그라운드 방송을 1년 한 것처럼 음악도 1년을 보고 있어요. 1년을 온 힘을 다해 해 볼 생각입니다. 게임방송, 게임 영상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꽤 반응을 해주셔서 의욕이 꺾이진 않아요. 그리고 1년이 됐을 때 작은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장소를 섭외해서, 저와 같이 우타이테를 지망하는 사람들과 함께요. 


공연을 한다면 꼭 초대해주세요! 제가 느끼기엔 우타이테의 '불러 보았다'라는 문화가 조금은 의지가 약한 느낌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힙합은 '내 것'이 정말 강하거든요.


그렇죠. 약간 소극적인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아~ 나 이거 불러 봤는데 ~'하며 소심하게 투고했던 문화가 하나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불러보았다'라는 문장이 빠지는 추세예요. 제목에 자신의 이름과 작품 이름 정도만 적어요. 그만큼 우타이테의 영역이 확고해진 거죠.

태준 씨에게 우타이테라는 문화, 즉 기존 곡을 카피해서 부르는 것 이상을 찾게 되는 시기가 오진 않을까요? 언젠가는 '나의 곡, 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을 것 같거든요.


아직 그렇게 멋진 곡을 만들어 낼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한국 노래를 불러보고 싶기도 한데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구요. 그래서 나에게 멋진 노래, 내가 부를 수 있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그 곡을 그저 노래방에서 부르면 증발해버리잖아요. 녹음을 해서 기록해두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죠. 녹음을 할 땐 정말 전력을 다해 불러요. 저의 음악에 호응해주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고, 더 좋은 호응을 얻고 싶어요. 저는 우타이테라는 문화를 계속 끌고 갈 겁니다.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하셨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어요. 이런 상황에서 뮤지쿠스 부스는 어떤 공간일까요?


상투적인 말 일 수 있겠지만,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한 게임에서 1등의 자리를 차지했던 그 집중력. 그걸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발휘할 수 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태준 씨는 어떤 우타이테가 되고 싶나요?


저는 음색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기교가 훌륭한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서 최고의 우타이테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는 잠깐의 시간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또 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우타이테이고 싶구요. 팬들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그와의 인터뷰는 건강하고 여유로웠다. 
진정으로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었고, 많은 것을 내려놓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그의 일'을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하는 음악.
음악의 본질은 경쟁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돈을 위하는 것이 아닌, 이런 여유로운 바이브가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집에서 거리로 나왔다. 무더웠다. 7월의 하늘은 그렇게 제 역할을 다하며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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