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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윤 Nov 05. 2018

[1m²인터뷰]우주에서 찾은 행복. 유튜버 '천민우'

MINOS

2009년 11월 18일, 유성우(流星雨)가 쏟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두 명과 산에 올랐다. 하늘가 더 가깝고 싶었다. 그 추운 겨울날 달빛에 희끄무레하게 비치는 등산로를 더듬더듬 올랐다. 


정상에 도착해 하늘이 잘 보이는 자리에 드러누웠다. 겹겹이 껴입은 옷 속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입김 너머로 유성이 하나 떨어졌다.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우와! 봤어? 봤어?"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그 빛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짧으면서도 빠르고, 빠르면서도 은은하고, 은은하면서도 희미하고, 희미하면서도 또렷한 수백 빛이 밤하늘에 빗금을 그었다. 우리는 말이 없어졌다. 가끔 '와...'하는, 거의 숨소리와 맞먹는 아주 작은 감탄사만 들렸다. 아무 걱정 없이(그땐 수능도 끝났을 때다.) 밤하늘을 순수한 우주로 느낀 건 그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오늘의 주인공, MINOS가 영상에서 얘기해주는 우주와 과학은 참 인간적이다. 우주와 과학이 어떻게 인간적일까 싶지만, 그는 우주를 통해 지식을 말한다기보다 우주를 통해 행복을 말한다. 그의 채널을 구독한 후, 영상을 복습한다는 핑계로 괜히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한숨이나 담배연기 없이, 밤하늘을 우주로 그 자체로 느껴본다. 


#1. Universe teller. MINOS.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미노스님!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주와 과학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버, 천민우라고 합니다. MINOS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노스님을 제대로 알려면 처음 활동하신 'Bulls Crew'라는 채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이었죠?


네. 맞아요. '유튜브 시장이 크다. 우리가 한번 해보자!'하면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유튜브 채널을 기획을 했어요. 시작은 세명이었어요. 그중 한 명이 먼저 본인의 일을 찾아서 나갔고, 남아있는 형과 제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 형님도 본업이 있어서 꾸준히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제가 책임지고 움직이면서 불스 크루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첫 개인 채널인 '뿌잉 TV'가 나오게 됐어요. 게임 영상 말고도 제가 좋아하는 주제로 영상을 만들고 싶었죠. 

뿌잉 TV를 처음 소개하는 영상에서 '귀신, 흉가, 시간여행 등 당신이 어렸을 적부터 궁금하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고 말했어요. 


뿌잉 TV는 Fun과 Interesting의 합성어입니다. Fu-In. 너무 성의 없나요(웃음)?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말해주는 채널이죠. '당신 안의 친구를 위한 채널'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이건 '어렸을 적 나 자신'을 표현한 말이에요. 그 작은 친구가 좋아할 수 있고 흥미로워하는 이야기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하고 싶었죠. 옛날에 문방구에서 파는 500원짜리 공포책이나 껌에서 나오는 자그마한 만화책 있죠?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땐 그 거 하나만 있어도 행복했잖아요. 씁쓸하지만 다 큰 어른이 우주나 귀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맞아요. 먹고사는 얘기만 해도 벅찬 게 사실이죠. 뿌잉 TV의 영상들은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거나 자지러지는 웃음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아니잖아요. 처음 시작은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조회수가 많이 나와 봤자 250 정도였으니까요. 처음 10,000 뷰를 찍은 영상이 있는데 용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영상이에요. 사실 10,000 뷰를 넘으면 기분이 엄청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넘어도 막 기쁘지 않더라구요.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만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더 듣고 싶고, 알고 싶은 주제가 뭘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구글 검색으로 열심히 자료를 모았죠.


첫 우주 영상 '인간이 목성에 가지 못하는 이유'가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63만 뷰를 기록하고 있구요. 저도 막 빠져서 봤거든요(웃음). 그 영상도 구글링을 통해 얻은 주제인가요?


완성된 영상은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웃음).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해요. 검색으로 키워드를 찾아서 쭉 리스트업 해놓고 '이거다!'싶은 주제가 생기면 자료조사를 시작하죠. 그리고 구독자분들이 남겨주시는 댓글을 통해 다음 영상의 주제를 선정하기도 하구요. 

그 목성 영상을 기점으로 MINOS라는 채널로 바뀌게 되었어요. '우주'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소위 개명을 하신 건가요?


뿌잉 TV에서는 미스테리한 많은 주제들을 다뤘는데, 너무 난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 얘기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채널을 갈아엎자'하면서 MINOS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됐죠.

MINOS는 어떤 뜻을 갖고 있나요?


자료를 조사하다가 Minos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왕을 알게 됐어요. 포악한 면이 있지만 강력하고 공정한 통치자로 알려져 있죠. 또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중에 레미노(Lemmino)라는 분이 있어요. 어떤 주제에 대한 '10가지 사실'로 굉장히 유명한 분이에요. 저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유튜버죠. 마침 그분의 이름과 Minos가 비슷한 발음이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제 이름이 '천민우'라서, 아니면 우주와 관련된 닉네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단순히 부를 때 발음이 부드러워서 짓게 된 이름입니다.


개명의 효과는 있었나요?


개명의 효과라기 보단 조금 논란이 있었어요. 유튜브에 저와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있더라구요. 근데 그분이 올리는 영상들이 밤문화 얘기나, 특정 나라 여성들의 어떤 면만을 부각해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주제였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올리는 영상들이 어떤 커뮤니티에서 오해를 받은 거죠. '저런 이상한 콘텐츠 올리는 사람이 무슨 우주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냐.' 이런 식의 질타를 받았죠. 같은 사람인 줄 아셨나 봐요.


누명을 쓰신 거네요... 어떻게 그 오해를 푸셨나요?


그때 구독자 분들에게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다른 사람이다. 심하게 구박하지 말아라.'라고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어요. 그래서 잘 넘길 수 있었고 너무 감사했죠. 


#2. The Creator.


저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거든요. 그 경이롭고 알 수 없는 우주를 보고 있으니까 무언가가 벅차올랐어요. 미노스님은 어떤 점 때문에 우주를 공부하고, 우주를 얘기하나요?


삶을 살아가는 일과 우주의 현상을 이해하는 일은 굉장히 닮아있어요. 살면서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왜 이렇게 되어버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묻고, 해결해나가야 하잖아요.  일단 그 문제를 받아들여야 '어떻게'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요. 우주를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블랙홀이 왜 생겼지?'가 아니라 '블랙홀은 어떻게해서 생겼을까?'라고 물어야 해요. 블랙홀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거든요. 우주는 "일단 받아들여"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께 이런 우주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우주라는 공간이 밝혀야 할 것도 정의해야 할 것도 많은 미지의 공간이잖아요. 이런 정보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네. 공부를 정말 많이 해요. 쉬는 시간 대부분은 책을 많이 읽죠. 유튜브 영상, 다큐멘터리, 영화 등등 우주와 관련된 것들은 가리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해를 하고 있어야 쉽게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영상들 중에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영상이 있었나요?


딱히 그런 건 없었어요. 저는 고민이 많아지면 바로 접거든요. 대본을 쓰다가 막히거나, 제가 건드릴 수 없는 지식이 등장하면 바로 덮어요. 그걸 계속 끌고 가다 보면 설명도 제대로 안되고, 제작이 너무 오래 걸려버려서 다른 소스를 찾아서 새로 만듭니다.

저는 '알로에 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상상으로 끝날 수 있는 미래의 우주를 영상으로 딱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그 시리즈는 어떻게 기획하신 건가요?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라는 조금은 관념적인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After Long Time Earth를 줄여서 ALOE라는 제목을 만들었는데, 구독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미래의 우주를 꾸며보는 콘텐츠예요. 제가 그리는 미래와, 구독자분들이 그리는 미래는 다를 것이고 각자 상상력의 한계도 있을 테니 서로 소통을 하면 훨씬 더 재밌는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사실 아직까지 제목이 문법에 맞는 문장인지 모르겠네요(웃음). 근데 문법에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주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마음속에 장편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확고한 시리즈를 갖고 싶었죠. 지금 다른 우주 이야기를 전하느라 잠시 쉬고 있는데, 알로에 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보통 하나의 영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단 다른 채널의 유튜브 영상이나, 다큐멘터리, 책, 제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모티브를 많이 수집해둡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흥미를 주는 한 가지 키워드를 찾아내요. 그 키워드를 공부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전체적인 원고를 완성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말하기 편한 대본의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자막을 만든다고 보시면 돼요. 자막이 완성되면 나레이션 녹음을 시작하고, 그 음성파일에 맞게 영상을 편집합니다.

영상을 먼저 만드는 게 아니라 나레이션 녹음을 먼저 하시는군요.


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상이 먼저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영상을 먼저 만들고 나레이션을 녹음을 한다면 그 영상에 맞춰서 대본이나 호흡, 말의 속도를 바꿔야 하잖아요. 그러면 일이 더 복잡해져요. 나레이션을 먼저 편하게 녹음해놓은 다음에 영상을 편집하면 훨씬 쉽죠.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선 녹음 후 영상작업이 디즈니에서 쓰는 방식이라고 하더라구요. 성우들이 먼저 녹음을 한 후에 만화가가 만화를 그려서 영상이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초반에 올린 영상들은 자막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많았어요. 나레이션이 하나 둘 씩 들어가다 이제는 모든 영상에 나레이션이 들어가잖아요. 나레이션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친밀감 때문이에요. 바로 옆에서 얘기해주는 느낌이니까. 자막으로만 설명이 나온다면 재미없잖아요. 거기다 글씨체까지 돋움체면...(웃음) 특히 영상 콘텐츠는 BGM과 글 만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자막과 나레이션이 같이 나오는데 이 틀을 잡기 전엔 자막만 넣은 영상, 나레이션만 넣은 영상이 뒤죽박죽이었어요. 나레이션을 녹음하고 거기에 자막까지 넣는 작업이 꽤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거든요. 콘텐츠를 빨리 만들고 싶어서 자막을 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구독자님들의 반응이 '왜 자막이 없냐', 그래서 자막만으로 영상을 만들었더니 '나레이션이 왜 빠졌냐'. 그래서 둘 다 넣습니다(웃음). 

나레이션 연습도 따로 하신 것 같았어요. 처음엔 톤도 높고 조금은 느릿하게 말씀을 하셨고, 지금은 낮은 톤에 속도가 조금 빨라졌어요.


제가 녹음을 할 때 목을 이렇게 올려서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이렇게 하면 톤이 높은 소리가 나요. 근데 댓글에 어떤 분이 '목을 올려서 녹음을 하는 것 같은데 목을 내리고 녹음을 해봐라. 속도도 조금 빠르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피드백을 주시더라구요. 영상 몇 편으로 저의 안 좋은 버릇을 알아채신 거잖아요. 많이 놀랐는데 역시 성우 아카데미 쪽에 계신 분이더라구요. 그 댓글을 보고 발성이나 발음 쪽의 팁들을 찾아봤고, 녹음 환경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게 됐어요. 더 좋은 음질로 녹음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죠. 


그럼 뮤지쿠스 부스를 방음의 목적이 아닌 흡음, 녹음의 퀄리티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하시는 거네요.


네. 층간소음의 문제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나레이션이 발성을 크게 내서 녹음하는 게 아니잖아요. 뮤지쿠스를 구매하고 정말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질로 나레이션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배송받고 너무 신나서 후기 Vlog까지 찍게 되었네요.


영상에 사용되는 영상 클립들은 어디서 가지고 오시나요?


픽사베이 같은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주로 가지고 와요. '가치가 있는 영상을 만들 때 써라'라고 올려놓은 에디토리얼 영상들이 꽤 많아요. 공정 사용이 확인된 영상은 저작권 제제가 심하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움직이는 영상이 필요하면 제가 그림을 만들어서 베가스에서 움직이기도 하구요.

MINOS의 영상에서 단연 빛나는 것은 중간중간 삽입되는 '드립'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개그는 따로 준비를 하시는 건가요?


프리스타일처럼 튀어나온 것 같지만, 드립들은 대본을 쓸 때 만들어집니다. 장치를 해 놓는 거죠. 대본이 쭉 있으면 보통은 30번째 줄이나, 조금 더 가서 45번째 줄쯤에 넣어요. 호흡이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넣는 거죠. 환기를 시켜주는 기분으로.


그런 개그는 다 MINOS님 본인이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네. 그 문장이나 주제와 관련된 센스 있는 드립을 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말장난이죠. 랩에서 라임 맞추듯이. 다 제 머리에서 나오긴 하는데... 요즘엔 '젊은 친구들은 이런 거 안 쓸 텐데...' 하면서 한계를 느끼곤 해요(웃음).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찾아오겠다'라는 드립을 본 적이 있어요...


제가 힙합을 좋아하다 보니까 힙합과 관련된 말장난을 주로 사용해요. 근데 너무 옛날 것 같죠? 딱 저희 세대에서만 공감하는 건 아닌지... 구독자분들 중에 어린 친구들도 많은 것 같거든요...


#3. For Happiness


1인 크리에이터가 되기 전엔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고등학교는 문과로 졸업했고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어요. 수학이나 과학도 좋고, 글을 쓰는 것도 되게 좋아합니다. 시로 상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어요. 고등학교 땐 MMA 선수로도 잠깐 활동했었어요. 주로 중국에서 경기에 출전했는데 그땐 MMA가 크지 않았고, 한 경기로 버는 수입도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선수 활동을 끝내고서는 격투기 도장에서 사범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습니다.

어쩐지 피지컬이!!


지금은 살이 많이 쪘죠...(쓴웃음) 근데 지난 시간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활용되더라구요. MMA 경기 전에 상대방을 분석하는 건 어떤 주제를 파헤치는 일과 비슷하고, 대학교에서 전공한 화학은 어려운 이론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문과 감성은 대본을 쓸 때 쓰이죠. 또 사범 생활을 했을 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일은 과학의 정보를 설명해주는 일에 좋은 밑걸음이 되어 주었구요. 제 채널엔 이런 게 다 묻어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양한 걸 가리지 않고 하는 성격이 이렇게 쓰이네요.

"MINOS채널은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한 채널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영상은 항상 '행복하자'라는 응원의 멘트로 끝을 맺어요. 어떻게 이런 멘트를 쓰게 되셨나요?


제가 격투기 도장에서 사범 생활을 할 때 정말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 친구들을 시합에 내보내고 서로 겨루기를 시키면 유독 계속해서 지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의 특징은 자책이더라구요. '난 왜 못 이기지? 왜 난 다른 애들보다 못하지?' 하면서. 그런 친구들 한테 '왜 혼자 웅크려있어. 괜찮아,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는 응원의 말을 계속 던져줬어요. 이런 말들이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구요. 그랬더니 정말 표정도 밝아지고 훨씬 더 열성적으로 운동을 하더라구요. 그때 느꼈죠. 아, 조금의 응원이 필요한 거구나. 그래서 제 영상 마지막에 항상 응원의 멘트를 넣어요. 이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쬐끔의 응원을 받고 쬐끔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런 얘기가 있잖아요. '천문학자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렇다는데, 혹시 미노스님도 그런 적이 있나요?


전혀 그런 걸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우주는 우주대로 존재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존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주에 있는 어떤 별이 사라졌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굳이 우주를 바라보면서 허무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우주가 넓고, 외계인이 살고 있고, 혹은 이 우주가 누군가의 뇌 속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앞에 있는 행복이 중요하잖아요.


#4. For Subscriber


미노스님에게 구독자는 어떤 존재인가요?


정말 저에게 힘이 돼 주고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분들이죠. 예전 영상들을 보면 영상 마지막에 '구독자 여러분들은 제 구원자이십니다'라는 문장까지 썼어요(웃음). 제 영상은 항상 '윱멘'이란 단어로 끝나는데,  '윱멘'은 Youtube와 Amen의 합성어예요. 기도문 끝에 -아멘- 하잖아요? 구원자이신 구독자분들께 영상으로 기도를 드리고, 마지막을 '윱멘'이란 말로 마무리 짓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 말을 점점 인사처럼 쓰시는 분들이 늘어난 거죠. 저는 구독자 분들을 '미노스 식구들'이라고 불러요. 근데 어떤 분이 미노스 식구들을 칭하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주셨어요. 윱멘의 윱을 따와서 '윱둥이'라고(웃음).

구독자분들 때문에 많은 게 탄생하고 바뀌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 영상을 보면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것들이 많은데 누군가 '이렇게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하는 걸 계속 적용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폰 X에서는 제 자막이 잘려서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자막을 좀 더 영상의 중앙 쪽으로 가져다 놓았죠. 구독자분들의 피드백들이 영상의 틀을 잡아가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런 변화에서 소통의 은은한 향기가 나는 거죠. 


지금 MINOS 채널 구독자가 12만이고 계속해서 늘고 있어요. 아마 이 인터뷰가 나왔을 땐 13만을 넘기실 것 같은데, 직접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죠. 근데 행복한 만큼 부담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구독자가 3만, 5만 일 때는 우리들만의 무언가가 있었어요. 댓글이 달리면 답글도 대부분 달아줄 수 있었고, 하트도 한 번씩 눌러줄 수 있었죠. 근데 10만을 넘기니까 너무 많은 댓글이 달려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구독자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올리는 영상들도 생기더라구요. 


맞아요. 구독자가 는 만큼 미노스님의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진 거고, 시청자 중에는 전문지식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요즘 달리는 댓글을 보면 지식의 오류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맞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실수한 것이니까 어떤 오류인지 정확히 확인합니다. 다음 영상에서 또 그러면 안되잖아요. 어떤 지식을 설명한다는 게 그 지식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

미노스님은 앞으로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나요?


앞으로도 쭉 우주를 얘기하는 이야기꾼이고 싶어요. 그리고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변함없이 전할 거구요.


마지막으로 구독자분들께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하하. 이렇게 하려니 쑥스럽네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잘 버텨줬어요. 내일도 쬐끔만 더 행복한 하루 되길 바라요. 윱멘.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부분.


우주를 향해 무언가를 비워낼 수 있다. 어느 한 별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무(無)를 느끼고 나면 살아있음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실패도, 힘듦도, 사랑도, 행복도 살아 있어야 느낄 수 있다.


MINOS는 우주와 삶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정의할 것도, 밝혀야 할 것도, 연구해야 할 것도 많은 알 수 없는 우주처럼 우리의 삶도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별들은 탄생하고 있다는 것. 우리도 우리 가슴속에 밝게 빛나는 별을 끊임없이 만들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를 품은 우주가 그렇게 하고 있다.




MINOS Youtube Channel : https://www.youtube.com/channel/UCUiueY5_an4zZCZXdkuq_cA





MUSICUS Homepage: http://musicus.kr

MUSICUS Blog : https://blog.naver.com/musicusbo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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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US Instagram : @musicusbooth

MUSICUS Youtube : https://www.youtube.com/c/musi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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