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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엘 Oct 20. 2024

방황하는 30대에게 보내는 편지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

1. 브런치 스토리 팝업에 다녀온 후 드디어! 인턴작가가 되었습니다. 그간 2번의 작가신청을 했고, 2번의 고배를 마셨지요. 이번 브런치 팝업은 저에게 운명같이 다가왔어요. 무슨 팝업에 '운명'이라는 단어까지 붙이느냐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저에게는 참 뜻깊은 팝업이었답니다. 이번 달, 어떤 계기로 에세이 작가가 되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찾아올 줄 몰랐어요.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고 발행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2. 팝업에 다녀와 한참을 고민했어요. 첫 글은 무엇을 쓸까! 팝업을 기획한 혜윤님의 첫 글의 제목은 [창백한 푸른 점]. 궁금해서 들어가서 읽어보았어요. 저도 재미있게 봤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지구를 묘사한 단어였어요. 첫 글로 멋져보이는 제목이었죠. 첫 글..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글인 것 같아 아무 글이나 쓰기 싫었어요. 뭔가 그럴듯한 첫 글을 쓰고 싶었죠.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떠오르는 글을 써보자!


3. 그래서 저는 지금 첫 글을 쓰고 있어요. 제목은 [방황하는 30대에게 보내는 편지] 입니다. 사실 저에게 쓰는 편지에요. 올해 저는 찐하게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32년간 살면서 처음 해보는 고민들이 끊임없이 생겼고,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괴로워하고 있죠. 방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간 원숭이띠에게 삼재라고 해요. 삼재. 어감도 별로고 괜히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좋아하기는 어려운 단어죠. 사실 저는 삼재 같은 건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런게 그냥 있나보다 했죠. 그런데 얼마 전 만난 친구 C가 제 얘기를 듣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올해가 원숭이띠 삼재 마지막이야. 근데 그거 알아?
삼재가 꼭 나쁜것 만은 아니래. 변화와 도전이 많은 시기일 뿐이지.


4. 삼재에 대해서 찾아봤어요. 삼재는 3년동안 지속되는 재난이나 어려움을 뜻하는데요. 단순히 불운의 시기가 아니라, 변화와 도전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해요. 게다가 잘 활용만 하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고 GPT가 알려주네요. 삼재가 재수없는 시기로 인식되는 이유는 보통의 일상에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나면 좋든 싫든 뇌가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5. 생각해보면 22년부터였어요. 약 30년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고민과 걱정 그리고 변화들이 있었죠. 22년도에 결혼을 했고, 회사에서 팀장이 되었어요. 23년도에는 애쓰는 팀장이 되었고 몇몇 팀원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죠. 게다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부동산! 그리고 지난 주에 저는 새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더불어 올 초부터 이직과 임신 고민을 시작했고, 아직 현재 진행 중이랍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큰 변화들이 삼재의 시기와 딱 들어맞아 한편으로 참 신기해요.


6. 적어놓고 보니 지난 3년간 참 다사다난했네요. 재미있는 것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3년간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 저에게 꼭 힘든 시간은 아니었다는 거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팀장이라는 리더 자리에서 고군분투를 한 경험은 다시 되돌리라 해도 되돌리고 싶지 않은 갚진 변화와 도전이니까요. 그때의 노력의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방황하던 최근 3년이 마냥 미워보이지는 않네요.


7. 요 근래 저는 참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1년간 지속된 방황의 시기는 저를 작게 만들었거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했죠. 며칠 전 앤드엔 수업 중 소정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의 가치가 제대로 안 보이는 이유는 내가 나의 경험을 하찮게 볼 때라고...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죠.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간을, 나의 경험을 하찮게 보던게... 맞더라고요. 그날 밤은 스스로에게 미안해서 많이 울었어요.


8. 주역학자 김승호 선생님은 그런 말을 하셨대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에서 우주의 법칙을 깨달았다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 그대로 스스로 돕는 자가 강자이기 때문이라고요. 약한 자는 스스로를 돕지 않고 누군가 와서 도와주기를 바라지만, 강한 자는 스스로를 돕는다고요. 우주가 강자에게 길을 열어주는 이유는... 우주도, 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성질을 가지기에, 스스로 돕는 강자와 성질이 맞아 떨어져서 저절로 돕게 되는 거라고요...


9. 내가 나를 돕지 않으면 누가 나를 도와줄까요? 내가 나를 소중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누가 나를 소중하게 바라볼까요? 내가 나를 미워하면 누가 나를 사랑해줄까요? 누군가 나와 같은 처지라면 저는 이렇게 얘기해줄 거에요. "지금 잘 하고 있어.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걸? 참 고생 많았어, 대단해!" 남에게 해준 이야기를 야박하게 남에게만 해주지 말고, 이제는 저에게 좀 해주려고요. 스스로를 도와보려고요.


10. "지난 3년간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좋은 팀장이 되려고 노력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집도 사고, 참 고생이 많았어. 넌 참 야무지게 해야 할 일들을 잘 해왔어.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거야. 그러니까 스스로를 미워하지 마렴. 작아지지 마렴. 스스로 더 도와주렴. 아껴주렴. 사랑해주렴. 네 옆에는 너를 지지해주는 남편과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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