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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Jan 05. 2024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의 세 가지 단점

하나, 끊임없이 불안하다.

청년들이 그렇게 살기 힘들다는 시대에 내 미래를 걱정해 늘 불안해해도 이상하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나와 같이 스타트업 커리어를 시작한다면, 본인이 소속한 회사의 미래도 이 청년에게 큰 고민거리를 더해주게 된다. 스타트업이야 열에 아홉은 망하는 게 정상이다. 그리고 회사가 망한다고 나와 같은 개인이 망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실적이나 경영 상황이 나와 꽤나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갑자기 회사가 힘들어져서 인원 감축에 들어가거나 나의 월급이 밀리는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니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 이러한 불안까지 떠안아야 한다. 나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불안함을 준다. 그리고 이 불안함은 나라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이나 배우자 등이 있을 때는 더욱 배가 될 수 있다.


둘, 자연히 남들과 비교가 된다.

'대기업이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잖아' 늘 되뇌며 살았다. 수능만 잘 보면 만사 해결일 것 같던 고등학교 3학년의 과오를 이미 겪었으니까. 대학생 때 나는 대기업 취업이 만사 해결이 아니겠거니 하는 마음에, 이제는 내가 재밌어하는 것을 찾고 원하는 일을 해보겠다며 기계공학 전공을 뒤로하고, 디자인 공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고, 보상이 적더라도 나와 더 핏이 맞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과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에 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친구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이제는 은근히 티가 난다. 그들에 비해 내가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 물론 그들에 비해 내가 가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청년으로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정 궤도에 오른 듯한 그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진다. '대기업이 내 인생의 목표는 아니야'는 여전히 내게 참인 명제이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들과 끊임없이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동기부여 삼아서 긍정적으로 해소할 방향을 찾아야 할 뿐.


셋,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나를 괴롭히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증명에 대한 것이다. 기업의 이름이 나 스스로를 설명하고 증명해주지 못하는 나는 내 커리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증명은 회사 내에서의 성과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동일하다. 가족에게, 주변에게 내가 여기서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도 해당된다. 나는 내가 괜한 스타트업 놀이나 잡스 흉내에나 빠진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항상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객관적인 성장을 통한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이어간다면 필연적인 숙제이다. 나 스스로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지 약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몸소 경험하고 느낀 바를 앞으로 이곳에 조금씩 기록해두려고 한다. 


언젠가 우연히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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