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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or fati Aug 05. 2024

다시 시작

인생, 새로운 막을 열다

그날도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집에 가는 지하철에 올랐다.


되돌아보니 벌써 만 3년이 넘은 시간 동안, 개발자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벌써 3 번째 스타트업에서 일해오고 있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항상 runway를 의식하며, 매우 한정적인 리소스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업무 강도도 강도지만, 매우 희박한 성공 확률을 쫓아, 각자 인생의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업무에 임하다 보니, 심적인 여유가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해지기 쉬운 환경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나는 누구보다 안정적인 전문직군에서 일하고 있었고, 내가 중간에 스타트업 창업을 거쳐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전직을 결심할 당시 품었던 마음가짐이 있었다.


프로그래밍(코딩)은 내가 전공했던 화학공학과 같은 특정 분야 전공지식이라기보다,  영어와 같은 외국어에 가까운 지식임을 깨달았다.

마치 영어처럼 내가 가진 능력과 기회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는 기반 지식 내지 기술에 가까웠다.


그것이 내가 늦게나마 이 기술과 지식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였고, 따라서 딱 그 정도 수준이 목표였다.

(내가 상상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그날이 딱 그런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다.


내가 목표했던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했고, 심신도 많이 지쳐있었다.  이 두 가지가, 또 다른 전환을 고민하게 된 이유였다.


가장 크게 고려했던 옵션은 역시 본업으로 복귀해서 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남들처럼 무난한 사업보다, IT 솔루션을 통해 올드한 이 업계에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먼저, 한 참 전에 개업해서 잘 자리 잡고 있는 동기 변리사 형을 만나  업계 최신 동향도 듣게 되었고, 그렇게 개업 쪽으로 맘이 움직이던 차였다.


다음으로, 강남에서 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시험공부하던 시절 알게 된 노무사 형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고,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자신도 지난 수년 간 성실히 회사를 키워 이제는 업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 항상 IT 융합 비즈니스와 업무 효율화를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 크고 작은 외주 개발 업무를 의뢰해 왔으나 실패로 연결된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그 프로젝트를 맡아서 개발해 줄 수 있겠냐고 나에게 제안했다.


딱 그 시점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완전히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었고, 첫 창업의 실패요인이 보완된 상태로 두 번째 창업을 하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개발자로서의 마지막 커리어로 삼고, 최선을 다해 성공시켜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새로운 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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