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만 만드는 줄 알았지?
콘텐츠 매니저라는 사람이 하는 일(1)에서 덜한 이야기
6. 언론, 방송사 대응
콘텐츠라는 건 정말 많은 것을 포괄하는 단어다. 그래! 이번엔 보도자료, 뉴스, 방송 콘텐츠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전국에 있는 많은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취재를 하고 싶다고, 아니면 방송을 촬영하고 싶다고, 이런 연락들이 오면 우선 취재의 목적을 확인하고 유선상 또는 메일로 답변할 수 있는 정도면 그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방문하여 만나 뵙고 싶다까지 나오면 일정을 잡는 거까지 내가 진행한다. 난 말빨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이런 기자 대응은 대표님께서 직접 하신다. 그게 편하다. 대표님께서는 말씀을 잘하시니까 ㅎㅎ 그리고 말씀하시는 걸 좋아하신다(내피셜). 취재를 하고 가면 사진자료나, 회사소개서, 프로그램 구성 내용 등을 정리해서 취재진의 메일로 전달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며칠 뒤 기사가 똭!
방송 촬영도 종종 온다. 이 또한 대표님께서 많이 응대하시지만 다른 스토리를 가진 사람의 인터뷰를 원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나도 몇 번 방송을 탔다. 내가 말하는걸 영상으로 보면 오글거려서, 다시 보진 않는다. 편집 잘해서 어련히 잘 넣어주셨을까... 하며...
7. 보도자료
프로그램 모집공고, 행사 진행 등의 내용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도 한다. 지면은 아니고 인터넷 기사다. 네이버에 치면 뉴스 카테고리에 나오는 콘텐츠다. 보도자료는 기자님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거나 시청 관련 부서 담당자님에게 부탁드리면 시청 소속 기자님들을 통해 배포된다. 따라서 지역신문사들이 대부분이다.
보도자료는 대부분 내가 직접 작성하여 전달한다. 대부분의 보도자료는 담당자가 적은 후 기자님들이 편집하고 기자님들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처음에는 이런 구조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내가 보도자료를 다 써서 넘기면 그럼 기자님들은 무슨 일을 하는 건가? 기사는 기자가 작성하는 게 아닌가...?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마다 내가 이걸 왜 쓰고 있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우리의 이야기 말고도 쓸이야기가 많을터이다. 보도자료를 낸다는 것은 '우리 이런 걸 하고 있는데 기사로 내주세요'하며 요청드리는 것이고, 프로그램이나 행사 내용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내용을 기자님들에게 전달드리면 기자님들이 편집해서 배포해주는걸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8. 참가자 관리
회사 구조상 내가 프로그램을 진행하진 않고, 참가자들이 행사 당일 오기 전까지 과정을 내가 맡아서 한다. 참가자 리스트를 정리하고, 참가 확인 전화를 하고,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문의가 있을 시 응대하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참가자 관리를 진행하고 그 후는 다음 담당자가 알아서 하신다. 프로그램 진행하는 동안에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한번에 공지하기 때문에 관리가 간편한 편이다. 참가자들이 들어오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나면 내가 할 일은 더 많아진다. 프로그램 현장 사진을 찍고 SNS에 실시간 포스팅을 한다. 프로그램 중간중간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서 다음 콘텐츠를 만들 때 활용해야 하고, 영상팀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이렇게 하다 보면 이렇게 하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이 정도가 내가 루틴으로 하는 일이다.
로컬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매니저가 하는 일은 여기까지가 다가 아니다.
(+번외 편) 공간 철거 및 가구 조립
로컬 스타트업이라서가 아닌 우리 회사에서 새로 오픈하는 공간들이 많아서 하는 일이다. 반복되는 일이라기보다 하루 이틀 단발적으로 생기는 일들.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 사용하던 건물을 임대하여 사용한다.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게 되는데, 그래서 공간의 철거가 일의 시작이다. 벽지를 뜯고 칼로 긁어내고, 안 떼어지면 물로 축축이 적신 후 떼어내면 더 잘 제거된다. 철거를 하며 나온 쓰레기를 처리한다. 나는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사를 할 때는 잡일만 하는 편. 벽에 페인트 칠을 하고, 바닥에 타일을 붙이고, 때로는 나무를 자르고 사포질도 한다. 이케아에서 산 조립가구들이 배송 온 날이면 열심히 조립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 일지라도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겐 너무 즐거운 일이다. 힘? 들긴 한다. 하지만 컴퓨터에 앉아서 타자만 두들기는 것보다 몸을 쓰는 일이 더 즐거운 '나'이다. 그리고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어릴 때부터 쭈욱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는 집을 고칠 일도, 페인트를 칠할 일도 잘 없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다 조립된 가구를 사셔서 가구를 조립해볼 일도 잘 없었다. 나는 이런 기회로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관리를 하면 되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얼마나 큰 배움인가?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약 8개월이 됐을 때 돌이켜 보면 이 정도의 일을 해왔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일어나는 새로운 역할, 업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한 사람이 '콘텐츠 매니저'라는 한 가지의 단어로 지칭될 수 없음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내가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이런저런 요런조런일들을 하며 드는 생각은 내가 돈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 삶을 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배운다는 것이다. 나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일들을 조금씩 배운다. 예를 들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공간을 철거하고, 만들고, 관리하고 하는 방법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 상황에 닥쳐본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는 이런 경험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다는 점. 언젠가 나의 미래에 내 집을 갖게 된다면 내 집 하나 정도는 내가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우곤 한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식물을 관리하는 방법, 투자를 받는 방법, 다양한 관계를 관리하는 방법 등 나는 지금 이 나이에 여기서 일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