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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IN Jul 25. 2022

회사 막내가 한 해 마무리 사업 PM을 맡다 (1)

스타트업이면 이래도 되는 거야?


한 해 가장 큰 사업의 마무리 성과보고전 페스타 시작 D-21


대표님께서 나에게 10분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하셨다

정확히는 9분 47초. (혹여나 놓치는 것이 있을까 동의 하에 대화를 녹음했다.)


올해 5월부터 진행된 사업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성과보고전 페스타'가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그 담당은 대표님인 것으로 알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5월부터 10월까지 끊임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달렸다. 페스타 전 프로젝트가 끝난 지 3일째 되던 날. 이제 숨좀 돌리려는데 대표님이 날 불렀다. 대표님께서 대략 구상하고 있던 페스타의 윤곽을 설명해주셨다. 성과 전시 1개, 세부 주제별 전시 3개, 포럼 1개, 세미나 1개 정도. 각 세션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 주시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셨다.


 자리에 남겨진 .


갑자기 페스타를 내가 맡는다는 것에 당황했고, 그 무엇보다도 왜? 이걸 나한테 시키는 건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사업의 전체 PM은 따로 있고, 나보다 사회생활 선배가 몇 명인데,, 게다가 제일 경험 없는 막내인데, 이걸 왜 나한테..?

의문이 들고 당황했지만, 어쩔 줄 몰라했다기보다 사실 가슴이 뛰었다. 무언가 기획하고 정리하는 것에 가슴 뛰는 사람으로서 대표님께서 쏟아낸 아이디어들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 우선 빠르게 먼저 해야 할 일들을  퇴근 시간인 6시까지 쳐내고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날부터 야근에 돌입했다.

사무실 앞 노을

내가 페스타 담당이 된 그날은 2차 백신 접종을 맞은 날. 무리하면 안 되는 날이었지만 나의 정신은 온통 '페스타'였다. 기획안부터 정리되어야 페스타 준비가 시작될 거니까. 3일 동안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를 준비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주. 범상치 않은 규모의 축제였기에 이걸 다 할 수 있긴 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일단 정리를 시작했다.

내가 축제 기획안을 써봤어야 알지. 기획안의 예시도, 어떠한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9분 47초짜리 음성 녹음 파일.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고, 따라 하는 건 잘하는 1인. 우선 내가 가지고 있던 사업계획서 양식을 가져와서 작성을 시작했다.


전시, 포럼, 세미나, 네트워킹 4개로 구분하여  카테고리별 프로그램을 정리해나갔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것들 뿐만 아니라, 주어진 예산 내에서 마을 축제에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싹 다 넣었다. 그렇게 12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려고 누워서도 계속 나의 머릿속에는 페스타뿐이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해야 유익하고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다음날 토요일

2차 백신을 맞은 다음날, 다들 엄청 아프다던데 나는 하나도 안 아팠다. 나의 온 정신이 '페스타'에 집중되어 있어 아픔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 몸이 괜찮아서 회사를 나갔다. (게다가 도중에 북토 크도 다녀옴)

일하던 중 다녀온 북 토크 장소

대표님과의 카톡


"무리하지 말고 월요일에 봐도 돼요"

"뭔 소리예요 빨리 하고 빨리 시작해야죠!!"


직원은 대표님에게 빼엑 소리를 지르고 대표님을 출근시켰다

1차 기획안을 작성하고 대표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다음 날(일요일)에도 회사에 나가 기획안을 수정하고, 대표님을 불러다 앉혀놓고 기획안을 계속 디밸롭 시켰다. 월요일 팀원들을 만나기 전 대략적인 그림이 나와야 역할을 배분하고 페스타 준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일요일에 기획안의 큰 구성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추가되고 다듬어져서 전시 7개, 포럼 1개, 세미나 4개, 네트워킹 2개, 첫 기획의 약 3배 규모의 기획안이 탄생했다.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리고 PM 맡은  프로젝트였기에  욕심을 냈던  같다. 페스타 내용 기획뿐만 아니라 예산 그리고 역할 배분까지 준비를 마쳤다.


월요일.

그렇게 페스타 준비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로컬 디자인 페스타는 한 해 동안 진행된 사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리, 청년 그리고 로컬의 주제로 소통하는 축제다.

한 해 동안 진행된 사업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공급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축제가 아닌 수요자도 함께 즐기는 행사가 되면 좋겠다는 것을 목표로 두고 페스타를 준비하였다.

페스타가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주고 싶은지, 반대로 참가자들이 무엇을 얻어 갈 수 있을지, 참가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 등 진행자의 입장 그리고 참가자의 입장에 서서 기준을 잡고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우선 PM으로서 한 일을 이야기해보자면, 전시 7개, 포럼 1개, 세미나 4개, 네트워킹 2개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관리했다. 행사일까지 문제없이 잘 진행되는지 꾸준히 확인하는 것 그게 가장 주요 일이었다.


가장 먼저  것은 전체 페스타 기획이다.

기획은 기획서를 작성하여 숲과 나무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기획서는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하면 된다. 기획서가 완성되었다면, 각 프로그램별로 담당자를 지정한다. PM이라고 해서 나 혼자 페스타의 모든 일을 다하는 건 아니니까, 전시, 포럼, 세미나, 네트워킹 그리고 홍보까지 담당자를 지정했다.


우선 포럼, 세미나, 네트워킹의 경우 한 세션당 담당자를 지정하여 진행했다. 기획서 작성 시 포럼과, 세미나 각 세션별로 큰 주제를 정해놓고, 담당자가 세부 주제 선정부터, 연사 섭외 등 사전 준비, 당일 행사 진행까지 맡았다. 청년마을 사업 인력이 많지 않아 한 사람이 2~3개를 맡은 경우도 있었다. 우리 팀원들의 장점은 모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능숙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 그래서 세션별로 모더레이터를 따로 두지 않고 팀원들이 직접 진행하였다.

여러 행사를 진행하며 느낀 거지만 행사 당일에는 큰일이 잘 없다.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행사의 90% 이상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들과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에 가장 시간이 많이 든다. 연사 또는 참가자들과 시간 약속을 잡는 것부터, 공간 대여, 발표자료 하나 받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다들 내 맘같이 빨리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점. 각자의 일이 있을 거니까 이해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시간마저 고려하여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의 경우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우리 자체 인력으로 전시 7개를 구성하고 설치하고 운영할 수는 없었다. 참가자 성과 전시는 청년마을 참가자들의 작품들을 받아 전시를 구성하고, 물품구매, 설치, 운영까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렇게 큰 항목으로 나열해서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구성하고, 구매하고,  설치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진을 받았다. 그럼 그 사진을 어떤 사이즈로 출력할지, 어떤 종이 또는 판에 인쇄할지, 인쇄를 하고 어디에 붙여야 할지, 전시장 벽에 붙이러 갔는데 벽에 붙지 않는다 그럼 붙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전시 진행은 절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함께 협업한 파트너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자유도 브랜드 전시의 경우 자유도 브랜드를 만들어 주신 분께서 직접 진행을 해주셨는데,  팀에서 전시의 구성, 필요 물품 구매, 설치까지  해주셔서, 여기서 우리가  일은 행사 당일 진행만 하면 되는 상황. 이런 식으로 행사의 질과 양을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홍보

이때까지 홍보는 내 업무였기 때문에 내가 페스타 PM을 한다고 해서 홍보업무를 안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홍보 담당이 나였기에 이걸 새로운 사람에게 넘겨 처음부터 알려주고 할 시간도, 그럴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홍보는 말 그대로 공주에서 페스타를 하는 걸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온라인 채널에 콘텐츠를 제작하여 업로드하고, 광고 집행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배포하고, 지역 언론사들을 통해 홍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대대적인 홍보는 시간과 비용상 힘들었고, 일단 할 수 있을 만큼은 하자 생각했다.

오프라인 홍보로는 현수막, 배너, 포스터 설치 정도였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홍보를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페스타 행사 당일까지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다. 어떤 내용의 전시, 포럼, 세미나, 네트워킹이 진행될지 가장 궁금해하실 것이고, 이런 각각의 프로그램의 주제에 흥미가 있어 오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공주의 풍경, 활동 사진 콘텐츠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위주의 콘텐츠로 홍보를 진행했다.

이런 행사의 경우 사전 홍보뿐만 아니라 행사 현장 실시간 홍보 그리고 행사 후 성황리에 개최했다는 정보까지 외부로 발신해야 했다. 사전 홍보는 앞서 언급한 부분이고, 행사 당일에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실시간 송출하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행사 당일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행사 진행 시 영상팀과 언론팀을 불러 행사 스케치를 담아 추후 유튜브와 언론보도를 통한 홍보를 진행하였다.  


이렇게 페스타 준비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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