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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IN Feb 08. 2022

어쩌다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나요?

대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일하다 지금은 소도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이유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삶을 이야기 하기 전,

왜?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소도시로 이주한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아왔으며 언젠가 또 받을 질문에 대비하여 미리 답변한다.



2020년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는 있었나봐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는 나이. 20대. 사원증을 목에걸고 높은 빌딩 사이를 걸으며 한손에는 스타벅스커피, 다른 한손에는 핸드백을 들고 출근하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상상 많이 해봤다. 멋진 커리어우먼이 나오는 미국드라마들을 줄곧 챙겨보는 사람으로서 그런 로망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물론! 하지만 로망이 있을 뿐 지금 그 로망이 현실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든지 할 수 있을거 같은 막연한 자신감 때문일까? 아마도 그런 삶을 조금은 경험을 해보았기에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미루고 싶은 로망일지도 모른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다. 그리고 첫 직장은 대구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전공과 정확히 들어맞는 일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는 1년동안 좋은 팀원들을 만나 매일 즐거웠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고, 일하고, 회의하고, 업체와 미팅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커피한잔을 즐기고 회사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그런 삶을 살았다. 퇴근을 하고나면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주말엔 자기계발까지 매일 바쁘게 살았다. 물론 서울은 아니었지만 빌딩에서 일해봤고 커리어우먼이 된 로망을 이룬 느낌도 받았다. 첫 직장에서 업무적으로도 인정을 받았고, 본가에서 다녔기 때문에 돈도 많이 모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가족의 품에서, 그리고 고향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다. 


 일한지 1년이 되었을 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다른 형태의 회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퇴사를 하게 되었고 나는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전 회사가 공공기관의 성격을 띄고 있던 곳이기도 했고, 내가 추구하는 일의 가치가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이 맞다고 생각해서 공기업을 목표로 준비했다. 그렇게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만났다. 지금 회사를...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집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멍하니 보고있었는데, 3주간 공주에서 살아보는 지역살이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광고가 떴다. 대학시절동안 국내외 여행을 많이 다녀봤고,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소도시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었기에, 지금 아니면 3주라는 시간을 여행하듯 지역에 머물며 살아볼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신청했고, 됐다. 21년 4월, 3주간 공주에서 살아보는 지역살이 프로그램 '소도시모험로그'에 참가했다. 나는 3주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나를 더 알게 되었고, 나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3주 살이가 끝나고 '내가 다시 공주에 올 일이 있겠어..? 뭐 언젠가...'라는 기약없는 약속을 남긴채 대구로 다시 돌아갔다. 


 대구로 돌아가 취업준비를 계속했다. 일상으로 복귀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까? 사촌동생을 만나 놀고 있던 중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지역살이 프로그램 담당자이면서 현 회사 이사님.


'지금 어디계세요?'

'저요? 저 사촌동생 집인데..'

'왜 거기계세요!? 공주에 안계시고'

'녜...?'


그렇게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주셨다.


제안을 받고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고민했다. 그 당시 준비하고 있던 인턴이 있었고, 제안을 받은 직무가 내가 해본 적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사님과 몇 번 연락을 더 주고받으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리고 더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조율하였고 함께 일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로컬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 과정이다.

   



내가 찍은 내가 좋아하는 마을 사진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이주해 일하다보면 매번 듣는 질문이 있다. 


소도시에 왜? 오셨어요?


반복되는 질문에 진심으로 고민을 많이 해봤다. 

난 왜 일 제안을 받아드렸고, 지금 여기서 살고있는가? 


고민 끝내 내린 첫 답변은 "사람"이다.

공주에서 3주간 살면서 느낀 건, 공주에 있는 사람들이 참 좋다는 것이었다. 소도시이고 마을 단위의 동네라 그런지 주민들이 서로 잘 알아 길을 가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적대감 없이 환대해주는 마을사람들. 그런 정감있는, 사람 사는 동네의 모습이 좋았다. 또한,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본가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만나는 사람도 적어지고, 자소서를 적고 면접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이 싫었다. 그리고 '취업'이라는 것에 매몰되어 발전없는 내가 싫었다. 그렇게 자존감은 끝없이 하락하였고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던 때 만난 사람들. 훨씬 더 넓고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점이 나를 공주로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가로 더 물어본다면 나는 "가능성"이라고 말할 것이다.

공주에서 3주간 살아보며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공주'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소도시모험로그 프로그램은 '나'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때,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공주 원도심'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곳이었다.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네고, 월세가 저렴하고,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발전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구석에서 자기소개서를 적으며 누워있을바에 지금 당장 뭐라도 해보는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고 그렇게 공주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소도시(로컬)이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보였고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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