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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IN Feb 12. 2022

콘텐츠 매니저라는 사람이 하는 일 (1)

내 명함에 적혀 있는 '콘텐츠 매니저'라는 직함

 명함에 적혀있는 직함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업무를 아우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크고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는 회사라면 다를까? 스타트업에서는 아니 우리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한다. 그것이 나의 직함과 연결되지 않는 일 일지라도. 대부분의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맡은 일의 범위가 넓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회사는 그렇다. 소도시 로컬 스타트업에서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콘텐츠 매니저라고 불러지고 싶지 않다. 콘텐츠 매니저를 대체할 수 있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의 단어로 알려줄 수 있는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마케터? 홍보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 나의 업무를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직업명이 있긴 할까? 나를 콘텐츠 매니저라고 말하기엔 내가 하는 일의 작은 일부를 보여주는 단어에 불과하고 내가 하는 일을 극히 제한하는 듯해서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매니저'로 불리는 나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 회사는 프로젝트 성의 일이 많기 때문에 나는 프로그램 참가자가 행사 당일에 오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크게 모집, 홍보, 참가자 관리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다. 보다 세부적으로 알려주자면,


1. 포스터 제작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 기획이 완료되면, 기획을 바탕으로 홍보물을 제작한다. 홍보물의 기본은 '포스터'. 직접 포스터를 제작할 때도 있고 지역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한다. 디자인 작업 요청할 시간이 없을 때, 메인 포스터가 아닌 서브 포스터일 경우, 온라인으로만 홍보하면 되는 경우에는 직접 포스터 작업을 하고, 중요한 프로그램의 메인 포스터 즉, 인쇄물로 나와야 하는 경우들은 대부분 지역 예술가님과 함께 포스터를 제작한다. 

 나는 포스터를 제작할 때 나만의 철학이 있다. 디자인에 들어가는 점 하나까지도 그냥 두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요소들은 다 의미가 들어가도록 노력한다. 별 뜻 없이 만들어진 보기에 예쁜 포스터보다는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만들고자 했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나의 기획에 힘이 실어지기 때문이다. 뭐 하나를 제작하더라도 그냥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포스터 제작을 하면서 느낀 건, 디자인이란 너무나도 주관적인 분야이기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모든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사람들이 적어도 '아~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겠다는 것이다. 포스터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잘 전달됐다면, 잠재 고객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성공인 거다.

 내가 포스터를 기획할 때는 우선, 프로그램의 성격, 특징을 확인한 후 그것들을 포스터 디자인에 녹이려 한다. 무지에서 디자인을 생각해내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예술가도, 창작가도, 디자이너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Pinterest나 Google에서 'poster'을 검색하여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의 포스터가 프로그램과 잘 어우러질지 찾아본다. 그 후 함께 협업하는 디자이너님에게 전달한다. 예시 사진을 몇 개 전달하면서 '이런 디자인이면 좋겠고, 폰트는 고딕체같이 끝이 딱 끊어지는 폰트로 해주시구요, 여기 안에 도형은 이런 도형이 들어가면 좋겠어요...'로 시작하여 디자이너님이 초안으로 작업한 것을 보여주면 거기서 피드백을 통해 함께 다듬어가는 작업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나도, 디자이너님도 많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의 포스터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몇 번 합을 맞춰보다 보니 서로의 스타일에 대해 알아가고 뭘 원하는지 척하면 척이 되어 속도도, 퀄리티도 높아졌다.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일하는 속도, 스타일이 잘 맞는 디자이너를 잘 만나 지속적으로 함께 진행해보는 것이 좋은 거 같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나와 잘 맞는 디자이너를 빨리 만났다. 동갑내기 지역 청년예술가님이신데 함께 성장하는 게 보여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2. SNS 콘텐츠 제작

 포스터를 제작하는 것은 온/오프라인 홍보를 위함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메인 디자인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SNS에 올릴 콘텐츠를 제작한다. SNS에 올라가는 콘텐츠의 종류로는 프로그램 모집공고, 프로그램 내용, 참가자의 이야기, 그 외 행사 공고 등으로 구분한다. 

 모집공고 하나를 올릴 때도 어떻게 하면 잠재고객들이 해당 콘텐츠를 보고 신청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기본적으로 육하원칙에 따른 프로그램 설명부터 우리가 원하는 타깃의 잠재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단어 선택 등 콘텐츠를 하나 만드는 것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뭘까? 이 프로그램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어디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진행되는 프로그램일까? 에 대한 잠재고객의 궁금증이 들게끔 해야 하며 그 의문들을 풀어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의문이 메일을 통해, 전화를 통한 문의로 들어오지 않게끔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조금의 손을 덜기 위해서는 문의가 오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참가자 모집 말고도 할 일은 산더미인데 콜센터의 직원이 되어있을 순 없다. 따라서 문의가 들어오지 않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야 한다. 

 참가자가 들어오고 나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내용을 SNS 콘텐츠로 제작하여 홍보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아카이빙, 다음 프로그램 잠재고객에게 전달할 용도, 회사 PR을 하기 위함 등 현장 스케치, 현장의 생생한 리뷰는 필수다. 스토리를 통해 실시간 현장을 보여주고 피드에 깊이 있는 콘텐츠를 축적한다. 나는 프로그램 현장 내용을 카드 뉴스로 제작한다기보다 대부분 참가자들의 사진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사람이 모여 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생생한 모습이 그 프로그램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드 뉴스를 제작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더해졌다 ㅎㅎ


3. SNS 광고 집행 및 분석

 콘텐츠를 제작하고 업로드했다면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광고'를 집행한다. 우리 회사는 2030 세대 타깃으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이 정말 유용한 채널 중 하나이다. 인스타그램 광고 집행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타깃, 위치, 예산, 기간, 타깃 5가지만 알고 있으면 집행이 가능하다. 이 세부 요소들을 선정하는 기준은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집행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겠다. 


 SNS 광고는 집행을 한다고 해서 끝나면 안 된다. 광고에 효과가 있었던 타깃, 위치, 예산 등 요소를 확인하고 분석하여 광고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도록, 많은 참가자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팔로워를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현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두 개의 SNS 채널을 운영 중인데 우리 타깃(2030 세대)에는 인스타그램에서의 효과가 확실히 좋다. 이는 광고 집행 후 결과를 보면 광고를 접하게 되는 연령이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다음부터는 페이스북에는 타깃 연령을 높여 광고를 집행하거나 페이스북에 집행할 광고 예산을 인스타그램에 몰아서 집행할 수도 있다. 


4. 영상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어떤 콘텐츠든지 기획 시 가장 중요한 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만드는지에 따라 콘텐츠에 담는 내용, 형식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상 콘텐츠는 그 목적이 더 중요한 거 같다. 아카이빙용인지, 홍보용인지, 홍보를 한다면 홍보의 목적이 프로그램인지, 사람인지, 회사인지 등 기획 시 방향을 확실히 잡고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 

 목적을 잡았다면 어떤 장면을 넣을 건지 대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현장 스케치 영상의 경우 행사 당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면을 담을지, 또한 그 행사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영상에서 다룰지 생각해야 한다. '행사에 나오는 연사들의 말이 집중적으로 나오면 좋겠어요' 또는 '행사장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서 행사의 활기가 영상에 담기면 좋겠어요' 등 이건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정답은 없다. 콘텐츠 기획자가 원하는 대로 영상이 만들어지면 되는 것. 

 기획을 하고 나면 다음은 일정 조율이다.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언제 촬영을 하고, 누구의 인터뷰를 딸지 등에 대해 조율한다. 회사 동료와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대부분의 일은 일정 조율, 조정을 하다 끝나는 거 같다'라는 것이다. 사람과 하는 일이라서 더더욱 조율, 조정이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먼저 알려주는 것이 조율/조정의 포인트. 모두가 바쁜 현대사회니까 서로 번거롭게 하지 말자. 

 영상 제작은 내가 직접 하지 않는다. 회사에 영상팀이 있다면 회사 내부 인력으로 진행하겠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나 혼자 촬영하고 편집까지.. 그럴 시간도 힘도 능력도 없다.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맡기는 게 여러므로 좋다. 모든 외주가 그러하듯 영상팀도 잘 만나야 하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너무 잘 맞는 영상작가님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피드백'이다. 나는 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도 아니고, 제작해 본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제작된 영상을 받아보면 뭔가 부족한데 뭐가 부족한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뭘 어떻게 고쳐달라고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 뭐가 좋은 영상인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초반에는 너무 어려워서 뭘 어떻게 말하기가 힘들었는데, 결국엔 내가 보기에 좋은 영상을 만들면 되는 거였다. 참고할만한 영상들을 찾아서 보기도 로고는 어디에 넣는 게 좋을지,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영상 작가님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편안한 상황이 되면서 함께 영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요즘은 글보다 영상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필수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5. 오프라인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법을 나눠보자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젠 메타버스같이 온라인에 가상세계가 만들어졌다 한들 오프라인 세상은 아직 살아 있다. 오프라인을 통한 홍보도 중요하다. 아직 아이패드가 아닌 노트에 필기하는 사람이 많고, 아직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듯 오프라인 콘텐츠에도 집중해야 한다. 내가 작업한 콘텐츠로는 브랜드 브로슈어, 팜플렛, 매거진 등이 있다.

 이런 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대부분 원고(안에 들어가는 내용)는 내가 다 쓰고, 디자인 편집은 업체에서 해주는 쪽으로 진행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종이의 크기, 재질, 무게까지도 선택해야 한다. 어느 정도 업체에서 선택지를 제시해주긴 하지만 종이의 종류에 따라 색감이 조금씩 달라지고 비용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처음 이 일을 할 때 사실 놀랐다. 하다 하다 이런 거까지 내가 골라야 한다고..?? 그냥 인쇄해주는 거 아니었어? 싶었는데, 역시 그냥 해주는 건 없다. 콘텐츠는 철저하게 발주처의 구체적인 요청에 의해 진행된다. 

 다른 경우도 있다. 매거진의 경우 전체다 떼어내어 외주를 줘서 내가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매거진의 목적, 들어가면 좋을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매거진의 이름을 정하고, 인터뷰이 스케쥴 조정하고, 내용 검수 정도? 였다. 내가 원고를 쓰고, 종이의 재질을 선택하고, 편집 디자이너와 소통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는 대신 이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도 쪽수가 많은 책이나 매거진은 만들어 본 사람에게 맡기는 게 퀄리티가 확실히 좋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 그게 콘텐츠 매니저가 하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더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일을 더 많이 해서 싫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일을 즐기는 제너럴리스트로서 한 단어로 나를 단정 짓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게 포인트다. 한편으로는 '난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는 자부심도 좀 부려본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모든 일을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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