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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기 May 18. 2022

어버이날과 구운 아보카도

5월 둘째주

sun | 8

큰 덩어리를 뭉텅지게 잘라 만든 연어장을 매일 같이 먹는다. 트레이더스에 갈 때마다 연어를 사오는데, 한 끼로 연어회를 마음껏 먹고 나머지는 연어장을 담근다. 간장, 쇼유, 물을 섞어 설탕을 녹이고 크러쉬드페퍼와 통후추를 마음껏 넣는다. 요즘은 느끼한 향을 눌러주기 위해 바질도 팍팍 넣는다. 연어장에 먹으려고 사둔 아보카도가 영 익지를 않는다. 윗부분이 살짝 눌러지는 한개를 반으로 가르려다가 아차, 칼이 단박에 막힐 정도로 딱딱하다. 이미 자른 김에 힘들게 씨도 빼서, 언젠가 유튜브에서 봤던 것처럼 랩을 둘러 전자렌지에 1분쯤 돌렸다. 뜨거워진 아보카도는 말랑해질 기미도 안 보인다. 다시 도마로 데려가 슬라이스로 썰어 접시에 올렸다. 올리브유랑 후추를 뿌려 오븐에 7분쯤 훅 돌렸더니 나름 음식 같이 변했다. 아보카도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없지만 올리브유 향이 느끼함을 보충해준다. 그런 대로 먹을만 하지만 소중한 아보카도를 이렇게 날리다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끼니마다 요리해 먹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요리에서 제일 어렵고 중요한 일은 식재료 관리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물 마시기 전 아보카도부터 눌러보게 되는 걸 보면, 어느 때에는 요리가 나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내가 요리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버이날이 마침 주말이니 노란장미와 내 생일에도 먹었던 딸기케이크를 포장해 집으로 데려왔다. 여기 딸기케이크는 별다른 방부제가 없어 하루만 지나도 크림이 몽글하게 분리되고 딸기에서 술맛이 난다. 오늘이 최고로 맛있는 날이라 저녁을 먹어 배부르지만 의무적으로 한 조각씩 먹었다. 적당히 달콤한 생크림이 느끼할 때쯤 신 딸기가 파스스 크림을 녹이며 들어온다. 촉촉한 시트도 크림과 잘 어울린다. 과식으로 부른 속이 신경 쓰인다. 케이크에도 나를 맞춰야 한다니. 음식이 유독 까탈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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