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한 번에 잘 될리 없지
"여기 주인은 문을 닫고 가게를 팔았어요. 멀리간다고 했는데 잘 몰라요. 전화번호도 모르구요."
오전에 도착한 매장 앞에서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다보니 결국 저녁이 되었다.
그는 비행기 표를 바꿔 다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도저히 혼자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현지인과 함께해야 하는건가, 도저히 나 혼자서는 안되겠구나.'
말도 통하지 않고 나라의 시스템도 모르는 베트남에서 한국인이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쯤 사실 재정비의 기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다음 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를 서두르게끔 만들었다.
"대표님, 큰 일입니다. 어제 방문하셨던 그 업체요. 거기 우리 현지 직원이랑 유사 브랜드를 차렸대요."
"뭐????"
오씨의 상표는 ' Beauty project M'인데 그들은 ' Beauty project K'라는 이름으로 딱 한 글자를 다르게 하여 간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망했다.
물론 갑작스러운 행운이었고, 매몰 비용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아니 성공하고 있었다. 눈 앞에 그리던 완벽한 미래가 이렇게 부스러질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허망했다. 베트남은 상표권 침해를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건가? 누구를 통해 소송을 해야하는건가?
회복 방안을 고민하기도 어려웠던 그 때, 지인이 찾아왔다.
A 투자법인에서 언제까지 제안을 고려해 볼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그리고 마침 그를 만나러 대표가 한국에 와있다고 했다. 사실 그는 A 투자법인과 함께 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도 베트남에서 나쁘지 않게 가맹점을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요 며칠 새 터진 현지의 이슈로 그는 'MADE IN VIETNAM'이라면, 어떤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다.
베트남 현지 법인. 자신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현지 법인이라면 자신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을 만나러 친히 왔다니, 이보다 고마울 수 있을까.
"저기.. 근데 그 회사, 뭐하는 회사라고 했지?"
오 씨는 지웠던 정보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다른 지인들을 통해 A 투자법인에 대해 알아보았고, 생각보다 이미 베트남에서 크게 사업을 하고 있는 재정 상태도 괜찮은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주요 계열사 중에 한국에 상장 법인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딱 하나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이미 한국에 다양한 회사들과 접촉이 있었고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투자회사가 다양한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는 서둘러 대표와 약속을 잡았다.
약속했던 장소에 도착해 앉아있다 보니, 초조해졌다. 행여나 미팅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 이젠 그가 초조한 입장이 되었다. 여유 있는 표정을 보여야겠다고 얼굴의 긴장을 풀고 있던 그때 세련된 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 사람은 여유 있는 미소로 자신을 대표라고 소개했다. 이름은 'S'였다. 여성 대표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 씨는 상당히 놀랐다.
수려한 외모의 S대표는 오 씨의 회사에 상당한 관심이 있고, 자신의 투자를 통해 회사가 더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그녀의 당당한 말투에 오 씨는 약간 위축이 되었지만, 최대한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려 애썼다.
"당신이 운영 중인 병원과 뷰티 관리숍을 직접 보고 투자를 결정하고 싶습니다."
당당한 S대표는 오 씨의 회사를 검증하려했다. 이제 S가 오히려 갑의 위치가 된 것이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