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곤 Jan 16. 2019

내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

삶을 관찰하는 하나의 방법

저는 부끄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처음 개발자로 일할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제 자신에게 되묻곤 했습니다.


"내가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거의 모든 신입 개발자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행인 점은 이 질문이 제게 큰 동기를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고, 치명적인 버그를 만든 날에는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고,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보다는 일지를 기록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버그가 발생한 곳과 이유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 등을 정리했죠.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썼던 일지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NFS 를 쓰면서 발생한 문제를 정리한 일지입니다. 한 번에 쓴 건 아니고, 써둔 메모를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당시에는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쓰기 속도가 느린 걸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가 너무 많아 생긴 문제였습니다. 리소스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았습니다(사족이지만 지금도 리눅스와 다른 서버 애플리케이션의 기본 값은 매우 보수적입니다).


이렇게 일지를 쓰기 시작한 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뿐만 아니라 내 삶을 기록하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는 제 삶을 관찰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까


일지는 인과관계가 명확합니다. 어떤 기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했으며 어떻게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삶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매일매일 기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각보다 평범한 날이었고, 인상 깊은 일도 자주 생기지 않았습니다. 정말 쓸 게 없었습니다. 회사 일은 일지로 쓰고 있었고 책을 쓰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게 전부였으니깐요.


한 달에 한 번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쓰고 싶을 때 쓰자. 하지만 내 삶을 기록할 용도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쓰자.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일기를 씁니다. 사실 최근에는 커피라는 새 취미가 생겨 일기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날 내린 커피의 향미나 추출방법이 일기의 대부분이지만요.


일기로 얻는 것들


일기를 쓰면 조금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쉽게 말해 화가 나거나, 기뻤던 내용들을 감정이 조금 식은 상태에서 쓰는 것이죠. 그래서 제삼자에서 '나'를 관찰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내가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거나 소위 말하는 이불 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쓰면 성장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이 제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약


만약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면, 일기를 써보세요. 하지만 일기를 자주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또는 지루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삶이 고단하면 휴식이 필요한 것이고, 반대로 지루하면 무언가 새로운 취미나 도전이 필요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하세요. 글쓰기 연구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