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잡아~~
1년 5개월(내 기획자 커리어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선배 기획자이자 팀의 PM인 성균님께서 퇴사를 하셨습니다. 별안간 저는 팀의 PM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내일. (그는 공식적인 퇴사 전 연차 소진 기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오늘 밤 저는 멘붕 직전에 도달했습니다.
쿡앱스의 PM은 팀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실무 조금, PM롤, 그리고 PD의 역할도 어느 정도 수행합니다. 일정관리에도 능하면서, 그에 포함되는 인적 관리, 프로젝트 방향성 설정, 그리고 시장 변동성을 보면서 프로젝트 계획까지 모두 담당합니다. 능력자들이죠. 저의 창대한 계획은 성균님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들을 배우면서 차차 성장하여 한 3년 차 즈음엔 PM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불안이라고는 단지 단기적으로는 '이번 기획이 의도대로 안 먹히면 어떡하지?' 또는 '3년 안에 제대로 성장 못하면 어떡하지?'따위의 것들이었습니다. 적다 보니 웃음이 나네요...
열심히 기획하다가, 성균님이 회의 가시죠~ 하면 회의 가고, 듣고 할 말 하다가 나오고, 다시 일하고.. 그랬던 나의 삶이.. 그 '회의 가시죠'를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다니... 사실 저번 주 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하려니 너무 막막하고, 저의 머릿속에서는 잡생각 잔치가 열려버렸답니다.
그냥 기존에 하던 일에 일정관리가 조금 더 추가된 형태의 롤을 수행하면 되지 않으려나?라는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평가, 조직문화, 상반기 계획까지 여러 꼭지들이 생기다 보니 참 고민이 많은데요.. 근 2주간 들었던 조언들을 정리해보며 마음을 다잡고자 합니다!^^
- 못할 것 같으면 안 시켰다.
- 여러 꼭지 다 못한다. 한 달에 하나씩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해봐라.
- 그만큼 많이 배울 거다.
- 네가 빛나고 싶겠지만 너는 이제 모두를 빛내줘야 하는 역할이다.
- 그만큼의 보상이 있을 것이다.
- 처음엔 어려운 게 맞다.
- 다 도와줄 거다. 물어봐라.
- 고민 있으면 다 이야기해라.
- 개발팀과 사업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게임이든 회사 일이든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 사람 관리가 핵심이다.
- 시켜라. 네가 안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네가 싫다고 다 싫어하는 일은 아니다.
- 뭐든 공유해라. 그래야 안다.
- 확신해라. 그 역할이기도 하다.
뭐야.. 적다 보니 입사 초기에 들었던 말들과 너무 다 비슷해서 소름이 돋네요. 단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저 빛나는 사람 되기 정도인데.. 결국 PM도 하나의 직무일 뿐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해나가면 잘 해낼 수 있는 것이겠죠?
역시 쓰다 보니 진정이 되네요.
지금 현재 가장 큰 고민은 3 꼭지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1.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기획과 PM업무의 병행이 이어져야 하는 상황, 업무 분배, 그리고 관련 공부들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지?
2. 나에 대한 확신
- 나는 아직 주니어의 주니어인 것 같은데, 주니어+주니어 시너지 폭발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어떡하지?
3. 내 커리어는?
- 아직 기획자로 기지개도 못 켜어본 것 같은데.. 또 3cm 태평양 될까 두려워.. 둘 다 잘하고 싶은 건 욕심 같아..
2번, 3번은 지금 고민해봐야 답도 안 나오는 것이고, 결국 시간관리만 잘하면 되는 거였잖아? 허허 너무 심플해서 허탈하네요. 또 답도 안 나오는 문제에 계산기 두드리고 있었구나 내가...
저는 이만 할 일들, 회의들 정리하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