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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26. 2022

기분 좋아지는 앱

당근마켓



이제 "당근" 하면 으레 당근마켓을 떠올리게 된다. 애초에 중고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중고거래의 한 획을 그리며 우리 생활에 빠르게 침투했다.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는 기업이라도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소비자와 사회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역 커뮤니티 등 다양한 좋은 서비스가 있지만 지금은 중고거래에 초점을 맞춰 보려 한다)



당근마켓의 진가는 이사할 때 발휘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이지만 이사 갈 집과 맞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바로 버렸을 것이다. 이때 빠른 처분이 목적이 되면 나눔을 하거나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올리게 되니 구매자의 입장에도 좋고 판매자도 돈을 주고 버리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서 처리하는 게 좋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나눔은 처음으로 해봤는데, 한 가지는 이제 집에서 쓰지 않는 일회용품이었다. 이 물품은 올리면서도 "이게 필요한 사람이 있으려나.."라는 걱정을 하며 올렸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주말농장에서 쓰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을 만나 나눔을 해 드렸다. 생각지 못했던 쓰임을 발견해 신기했고 무척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오히려 더 감사했다.



또 책상과 소파, 에어컨 등을 올릴 때 "이게 팔릴까?"라며 걱정했던 건 오히려 엄청 빠르게 팔렸다. 하지만 제일 잘 팔릴 거라 생각했던 물건은 채팅과 하트 수만 늘어갈 뿐 몇 주째 팔리지 않는다. 이를 보면 사는 건 항상 똑같은 거 같다. 걱정했던 건 걱정한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제동이 걸린다. 또한, 너무 기대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기대를 하지 않으면 뜻밖의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알면서도 걱정과 기대를 하는 게 사람 아니려나.



당근마켓은 사용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몇 안 되는 앱이다. (물론 비매너인 사람을 만날 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과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비록 지금은 수익구조가 분명하지 않지만 이와 관련해 당근마켓 대표가 "장기전이 되겠지만, 자신은 있다"라고 한 말은 충분히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이렇게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면서 개인의 후생도 높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스타트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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