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다. 대학 시절 만난 친구는, 반수 준비를 했던 터라 과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레 멀어져 잊혀 갈 무렵, 교양 수업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후에도 조금씩 연락을 하며 가늘게 인연을 이어나갔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가 "결혼"이라는 주제에 다다랐다. 나는 원래 결혼을 하고 싶어 했다. 딱히 이유랄 건 없었지만 그냥 당연한 절차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이유가 뚜렷하다) 한편 친구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하겠지만, 결혼을 의무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좋은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살 때 집에서 밥을 거의 해 먹지 않았다. 밖에서 먹을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그 기회를 잡았고, 집에선 시켜 먹거나 대충 때우기 일쑤였다.
시간이 흘러 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는 챙겨야 할 사람이 나 말고 한 명 더 추가됐다. (내가 손이 더 많이 갈 때도 있지만..) 아무튼 혼자였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끼니도 둘이서는 챙겨 먹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존재로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생기는 게 오히려 나를 활기차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더 풍요로워지는 것도 좋다. (당연히 좋은 점만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반면, 친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하는 게 싫다고 했다. 본인의 생각은 모두 알고 있기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다 해도 남편과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순 없다. 따라서 당연히 어떤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걱정인 듯 보였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친구의 말도 너무나 이해가 됐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은 아니다. 결국 둘 다 자신을 위한 선택인데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다를 뿐. 이외에도 여러모로 나와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친구라 이야기를 나눌 때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라 좋다. 나와 비슷한 친구와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다른 친구와 만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