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글감을 모으고 풀어써야 하는 이유
국내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Show Me The Money'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전국 각지 래퍼들이 모여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본인의 생각을 비트에 담아 표출하는 음원은 현시대 많은 사람의 귀에 들린다. 프로그램에서는 제한 시간 동안 자신의 랩을 들려주며 심사의원에 자신의 랩을 인정받는다든지, 프로듀서와 한 팀을 이뤄 음원을 만들어 경연하는지 등 다양한 경연을 볼 수 있다.
쇼미 더 머니에서 래퍼들이 뱉는(?) 랩을 보면 평소 음원을 통해 들어왔던 가사(벌스)가 들릴 때가 있다. 혹은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들린다. 래퍼 각자 평소 가지고 있는 신념과 자아(Ego)이 녹아있는 가사를 들어보면 그 래퍼의 스타일이 그려진다. 래퍼 본인의 색깔은 '프리스타일' 랩을 하다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표현해야 하다 보니 평소 생각하고 만들어온 가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글을 쓰는 과정은 래퍼들이 입이 닳도록 연습하는 모습과 닮았다. 연습을 통해 실전에 나온 그들의 가사는 우리가 고심 끝에 내놓은 글이다.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신념 및 지식은 글을 쓰며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글은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더라도 읽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므로 생각을 다듬어 써야 한다. 하나씩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신념과 지식은 성숙해진다. 그 과정에서 정리되고 습득되는 정보는 '가사'가 된다.
살면서 불현듯 결정하는 선택에는 본인의 신념이 묻어 있다. 선택은 단순 운에 맡기기보다는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 평소 모은 글감을 풀어쓰며 생각을 정리할 때 비로소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에 맞는 가사를 하나 만든 것이다. 차곡차곡 쌓인 가사는 인생이라는 경연에서 내 생각을 표출하는 힘이 된다. 그게 바로 글감을 모으고 풀어써야 하는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