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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헌 Jan 21. 2019

어쩌다보니 글을 계속 쓰고 있다

[1월미션] 내 인생에서 글쓰기란

흔히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서류 통과'라는 관문을 뚫고자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업 혹은 대외 활동에서 요구하는 질문의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1%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99%의 꾸밈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대학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일 것이다.


나는 서류 통과를 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진득하게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에만 익숙했던 나는 자소설(자기소개서 + 소설)의 작가가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합격하고 싶은 마음과 글은 쓰기 싫은 마음은 항상 공존했었다. 갈등은 머지않아 '아 몰라. 그냥 써'라는 협의에 도달하곤 했다. 앉아있던 시간이 아까워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아 필터링 없이 떠오르는 말을 지원서에 옮겨 적기 바빴다. 끊임없는 내적 갈등 속에 완성된 소설을 읽어 보기 시작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자식 같은지 만족스러웠다.


글쓰기는 습관은 개발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부터 생겼다. 개발자의 꿈을 키울 때라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것과 다른 새로운 배움에 일상이 감동이었던 시절이었다. 전공 서적으로부터 얻는 배움과는 다르기에 한순간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메모하기 시작했다. 종이에 적던 메모는 블로그 에디터로 이어졌고, 그때부터 개인 블로그 가꾸기 시작했던 것 같다(블로그는 생성해 둔 것이 있었다). 단순히 기록만 하게 되면 나중에 봤을 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그날에 있었던 상황들도 간략하게 기록했는데, 의도치 않은 회고를 하며 매일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번뜩이는 이유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원하는 회사에 인턴 경험을 하고 싶어서, 꿈을 키우던 학생 시절 배운 것을 놓치기 싫어서 글을 썼다. 나에게 글쓰기는 단지 필요에 의한 수단일 뿐이었다.


그때부터였어요. 글쓰기를 시작한 게



지금은 수단이 아닌 취미가 되었다. 조금 과장을 보탠다면, 글을 쓰기 위해 앉는 자리가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만큼 반가워졌다(정말 과장을 보탠다면). 필요에 의한 글쓰기는 습관이 되었고 나중에는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집에 귀가하면 조용히 앉아서 공부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거나 그날의 회고를 진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버릇까지 생겼다. 최근에는 기술과 회고 중심의 글에서 벗어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문득 떠오르는 주제를 성실히 적어 두고 있다. 하나씩 쌓여 가는 글감을 보면 든든하다.


지금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상태로 글을 완성하고 있다. 문맥, 문법,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글을 공개할 부담을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정리된 글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글을 적고 있다. 어제의 내가 읽어보고, 오늘의 내가 또 한 번 읽어보고, 내일의 내가 다시 한번 읽고 수정하다 보면 내 기준에서 정리된 글이 탄생하지 않을까? 당시의 기분에 따라 다른 편집자의 눈으로 글을 바라보니 고칠 부분이 많지만,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다시 한번 곱씹으며 나를 다잡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앞으로는 비워 내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 머릿속에는 정리하지 못해 가득 찬 잡념이 많다. 그래서 메모 앱에는 답답한 마음이 담긴 글감으로 가득하다. 가끔 적어 둔 내용을 볼 때가 있는데, 언제 쓸지 모르는 글감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교통 체증이 혼자 글을 쓰며 해소되었던 경험 덕분일까? 언젠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결론이 적힐 글을 기대하게 된다.


누군가 글을 왜 쓰냐 묻는다면 명확한 답변은 할 수 없었다. 정말로 특별한 계기로 인해 글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계획한 글쓰기는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었다. 이제는 누가 묻는다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쓰게 되던데요?'. 글쓰기와 함께 한 짧은 시간을 돌아보며 정말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답변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즐거운 마음이 크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감사하다. 뭐 하나라도 좋아하는 것이 생겨서 말이다.








이른 아침 눈에 띄는 모집 글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가득 차 흘러내리기 직전인 어느 날 재미있는 페이스북 글을 보게 되었다. 글쓰기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나. 긴 고민 없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가 적었고 무엇보다 '협회'에서 연구소를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연락했다

활동에 대한 세부 계획은 차차 만들어 가며 그려질 예정이다. 크게 그려진 그림에 세부적으로 색을 칠할 생각에 기대가 된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어떤 결과들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책프협 글쓰기 연구소] 매거진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두 달에 한 번씩 특정 주제를 잡고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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