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많은 작가들이 메모나 습작한 것 중 하나를 발전시켜 이야기를 덧붙이고 주제를 구체화하여 글을 쓴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쓰고싶은 생각이 몽글몽글 올라와서 끄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작가의 서랍'을 뒤적거리며 쓸거리를 찾기도 한다.
'발행'을 한 글이라고 완전하진 않지만 거기엔,
차마 '발행'을 누르지 못한 아쉬움이 짙은 글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해 묵혀두고 있는 글
언젠간 써야지 하며 내용도 없이 제목만 외로이 적어둔 글
2편까지 써놓고 진전이 안되어 3편이 나올수 있을까 자신이 없는 글
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 글들이 참 좋다.
어찌됐거나 그 안에 있는 미완의 글에서 나의 생각, 나의 삶, 지나온 과정이 담겨있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싶어하는구나.. 나 자신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평생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없다고, 거울을 통해서 거기 비친 모습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글은 자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미지의 나를 형상화하여 객관화할 수 있는 또다른 거울이 된다.
그래서 이야기가 담겨있는 글과, 말의 조각만이 나열되어 있는 단어를 보며 거기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또다른 관점에서 새롭고 즐겁다.
오늘밤 또다시 나는 새로운 글을 쓴다.
매번 같은 이유로 서랍 속 글을 내보이지 못한다.
아직 완전한 생명을 부여받지 못한 수십 개의 '나'가 서랍 속에 쌓여만 가지만,
천천히 조금씩 돌봐주고 아껴주고 격려도 해주며 나를 알아가려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서랍'이 아닌 '매거진'에서 만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