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블리 Aug 15. 2023

낯설음이 가져다준 것들 -세번째 이야기

3박 4일간의 교토/오사카 여행 중 교토에서 경험한 이방인의 기록(3)

(BGM- New Jeans 'OMG' /  듀스 '여름 안에서')




* 지난 이야기


- 첫 해외여행을 떠난 우리 부부.

  교토에서의 첫 날 점심부터 시작된 먹부림은

저녁까지 이어지고,

  급기야 이는 2,3차 먹부림 전쟁

(a.k.a. 세븐일레븐 접수하기)으로 이어지는데....






2차 먹부림 전쟁의 시작은 그러했다



1차 먹부림에 흥이 잔뜩 오른 우리 부부는

세븐일레븐에 있는 다른 맥주와 안주를 섭렵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흥과 함께 올라온 귀찮음은 우리 둘의 발걸음을

한꺼번에 움직이게 하기엔 무리였다



그리하여 남편이 제안한 것은

.

.

.

.

.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혼자 다녀오기 !!!

(단, 기다리는 사람은 다녀온 사람이 사온

맥주와 안주를 무조건 환영하고 수용하기)




평소 가위바위보에 크게 자신이 없던 나는 불안했지만

보통 '제안한 사람이 걸린다'는 국룰을 믿고



'묵찌빠(묵에묵에 찌 라는 룰으로

단판승부인 가위바위보 보다는 긴장이 좀 덜함)'



'삼세판(3판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승리)'을 제안하는

남편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단판 가위바위보로 결정 !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

.

.

.

.

.

.

.

.

.

.

.




다녀오겠습니다 (시무룩)

(신나하는 남편의 얼굴 잊을 수 없어)





남편은 나에게 카드를 쥐어주며

한도는 1000엔이라며 신신당부하였고

(평소 손이 좀 큰 편인 나)

나는 '1000엔'을 되뇌이며 2차 먹부림 전쟁을 준비하러

세븐일레븐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내가 준비한

2차 먹부림 전쟁의 준비물은

안주 2개와 맥주 3개 !


그리고 이 모든걸 850엔으로 해결한 나 자신, 칭찬해


안주포탄들. 덴뿌라소바와 훈제오징어. 덴뿌라소바는 큰 사이즈로 살걸 후회함. 훈제오징어는 양이 아쉬웠지만 배부른 우리에겐 딱 적당했다




준비한 안주들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덴뿌라소바는 큰 사이즈를 사지 않은게

조금 많이 아쉬울 정도였으니.


훈제 오징어도 쫄깃, 부드러움이

맥주를 맞이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맥주들, 대령이오-



산토리 핑크샷. 남편이 1차 방문시 찜해놓았던 맥주.



남편은 우리가 미리 찍어놓았던 맥주 진열대 사진에서

찜해놓았던 맥주포탄을 집어들었다

핑크레몬맛의 맛있는 맥주였다


만조쿠,만조쿠,대만조쿠 !!!!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2차 먹부림전쟁의 대서사시는

이제부터 시작

(스압주의- 제일 주의해야 할 사람 나야 나)



산토리하이볼 7도. 1차 맥주는 참고로 9도였어요. 그래요. 왜 이 차이를 제가 알아버렸을까요. 도수가 높아서 그런 맛인거라고 혼자 맘대로 착각을 해버려서는. 결과는 뭐 아시잖아요


그래요.심지어 큰 사이즈에요.안사려고 했어요. 근데 하나밖에 안남았잖아요.이건 다를거라고. 심지어 내가 먹어본 짐빔이니까(한국에서). 한개 남은 유혹 이길수 있는 사람 있어요?ㅠㅠ




다시 쓰는 지금도

입에 감도는 듯한 일본 하이볼맥주의 쓴맛..



(결국 또 핑크샷을 섞어마시려고 하였으나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하나뿐인 맛있는 맥주 못 잃어 ㅠㅠ

겨우겨우 반씩 마시고 기권선언)



2차 먹부림 전쟁의 대서사시는

그렇게 하이볼 맥주의 향연과

나의 좌절로 마무리되었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



3차 먹부림 전쟁 시작



조금 더 신중하게,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단판 가위바위보는

시작되었고,



3차 먹부림의

맥주,안주포탄의 장전이라는

중요한 업무는

.

.

.

.

.

.


드디어, 남편 당첨 !






그렇게 남편은 씩씩하게 세븐일레븐으로 향했고,

그렇게 그는 약 2-30분정도의 시간동안

세븐일레븐 진영을 곳곳이 살핀 뒤 숙소로 돌아왔다


(편의점 안에 남편이 너무 귀여워서

숙소 창가에서 동영상을 찍다가

팔이 아파 내려놓았다는 후문)



야끼토리, 바지락미소된장국, 삿뽀로맥주, 호빵들.



연이은 하이볼 맥주의 공격으로

전의를 상실한 나에게

맛있는 안주가 절실했는데



남편은 평소 바지락러버인 나를 위해

바지락미소된장국과

야끼토리세트, 호빵들(피자,고기)


그리고 보장된 맛의 삿뽀로 맥주를 꺼내놓았다





뿌듯한 얼굴을 한 남편에게

나는 물었다



'그래서 이거 다 얼마야?'



남편이 말했다



'음.. 1500엔 !'



'아니, 오빠. 나에겐 1000엔 이하로 사오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어? 근데 1500엔이라고??? 하하하'




평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남편이

(*첫번째 이야기-이코카 카드 구입 에피소드 참고)

그것도 편의점에서 1500엔을 소비했다니

그 모습이 의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찌나 귀엽던지 !





낯설음이 나에게 가져다준 네번째는,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남편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귀여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호빵' 이었다

피자 호빵. 안에는 다진 고기와 토마토소스, 치즈가 들어있어요. 확실히 한국호빵이랑은 다릅니다. 달라요.



바지락미소된장국, 야끼토리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던 중 야심차게 준비했다며,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남편이 나에게 내민 것은

바로 피자 호빵 !


(남편은 팥 호빵파이고, 나는 야채/피자호빵파)



한껏 기대하는 눈빛으로

피자호빵을 시식하려는 나에게

휴대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속으로

'제발 맛있어라'하고

몇번을 외쳤던 듯 -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5점 만점에 2.5점이라는

내 평가에 좌절하는 남편이 또 어찌나 귀엽던지 -



(이 모든게 담겨있는 동영상은

차마 올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우리 부부에겐 너무나 추억이고

너무 귀여운 장면이나

다른 사람들에겐 안 그럴 확률이 99프로 이상)




그 뒤에 이어지는 남편의 말.



'사실은 여기는 고기호빵이 찐이래.

내가 호빵 파는 곳 앞에서

일본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몰래 듣고 고기호빵은 심지어 큰 걸 샀어.

피자호빵은 너가 좋아해서 산 거고

진짜는 고기호빵이니까 고기호빵을 먹어보자!'




결과는.. 피자호빵보다 더 처참했음

(빵이 80프로고 고기가 20프로였는데

진짜 고기밖에 없었음)




아까보다 더 시무룩해진 남편 모습에

귀여움은 2배, 3배 !!





그렇게 우리의 3차 먹부림 전쟁은 끝이 났고

나와 남편 모두에게 한번씩의 씁쓸함을 남겨주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씁쓸하지 않았다




홀린듯 재재재방문을 하게 만든

'세븐일레븐 접수하기'

그러니까, 우리의 '1,2,3차 먹부림 전쟁'

막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의

첫 해외,

첫 일본,

첫 교토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낯설음이 가져다준 것들 - 두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