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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구름 Feb 15. 2024

내 집 마련에 성공했는데, 왜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전업주부 자립 프로젝트(3)

2018-19년의 기록입니다.




여러 책을 보면서 종합해 본 결과, 가장 중요한 건 '파악'이었다. 1,000원 한 장이라도 어디에서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마음먹으면 바로 착수해야 하는 불도저 같은 성격이 이때는 참 많이 도움 되었다. 뭘 먼저 해야지 아니까 다음 단계, 그다음 단계까지 쭉쭉 나아갔다.



초등학교 때 만들어 놓고 잊고 지냈던 새마을금고의 휴면 계좌까지 뒤져, 몇 천 원이라도 있다면, 해지 신청을 해서 알뜰하게 모았다. 숨만 쉬어도 나간다는 고정비를 파헤쳐, 거기서 절약된 돈도 지출로 잡지 않고, 곧바로 자유 적금 통장을 개설해 입금했다.



열심히 팔았다. 집안에 있던 쓰지 않는 물건, 같은 기능인데 여러 개인 물건, 아이 개월 수에 맞지 않는 물건, 더 이상 보지 않는 책, 귀걸이 한 짝까지도 싹싹 모아 금 거래소에 가서 팔기도 했다. 돈이 될만한 게 뭐 없나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나온 천 원, 이 천 원도 자유 적금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갔다.



집밥도 열심히 해 먹고, 외식도 줄였고, 예산 잡아서 지출하면서 가계부도 참 열심히 썼다. 결혼 9년 동안 성공하지 못했는데, 단 몇 개월 만에 가계부 습관까지 무섭도록 정착해 나갔다.



그렇게 1년 6개월이 넘도록 매일같이 돈을 모으는 것만 생각했던 것 같다. 뭐 때문에?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나이스 타이밍이라는 말을 그럴 때 쓰는 건가? 집이 하도 매매가 되지 않자, 집주인은 전세로 돌려 집을 내놨고, 2019년 추석을 앞에 두고, 집이 드디어 나갔다. 이사 날짜는 11월 초로 잡혔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집을 보러 다닐 차례, 마음 같아선 지은 지도 10년 정도밖에 안 됐고, 학교랑도 더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은 선을 넘어갔다. 앞으로 10년을 본다면, 약간이라도  손을 보고 들어가는 컨디션이었기에 인테리어 비용도 1천-2천만 원 정도는 들어갈 거란 계산이 나왔다. 그렇다면, 너무 무리다.



최종 선택은 학교는 조금 멀지만, 지은 지는 조금 오래되었지만, 주차 공간도 넓고, 관리도 제법 잘 되고 있는 전세로 살아 본 현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마음에 드는 대로 고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결정에 한몫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으로 옆 아파트를 샀어야 더 이익.... (그 얘기는 그만하도록 하자.)



3주 정도 거의 갈아엎다시피 해서 리모델링을 마친 집. 드디어 내 집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구축 아파트의 단점인 수납공간까지 넉넉하게 마련한 내 집이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이제부턴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둘째도 4살이 되었으니, 어린이집에도 보내고, 나도 뭔가 시작해 봐야겠다. 그래서 대출도 갚고, 나도 전업주부 탈출하는 거야!



그런 부푼 기대도 잠시, 곧 나락에 떨어지는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토록 염원하던 내 집 마련에 성공했는데, 왜 나는 행복할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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