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의 대선을 지켜보다
2019년 5월 21일,
5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말라위의 대선이 있었다.
이전에 근무하던 분들로부터 2014년 대선 당시, 치안이 불안정해 사무소 내 한국 직원들이 모두 인접국인 잠비아로 대피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덕에 걱정이 되었지만, 현지 직원을 포함한 주변의 현지인들이 모두 이번 대선은 평화로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The Warm Heart of Africa라는 별명을 가진 말라위는(적어도 약 1년 간 내가 보고 겪은 경험 상) 그 별명을 배신하지 않는 나라이다. 사건사고가(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탄자니아 다르에살람에 비하면 말라위 릴롱궤는 '걸어 다녀도 될 정도'의 안전한 치안상황이고, 동시에 말라위 사람들도 이러한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한국과는 달리, 말라위의 국민들은 정해진 기간에 미리 등록절차를 거쳐야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은 미리 등록을 하지 않아 투표를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전해왔다. 이번 선거에 등록된 유권자들은 약 700만 명이었다.
For more information on Malawi and its election...
According to World Bank data, population of Malawi in 2017 were 1862 millions
(그러나 이 수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는 village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과연 포함할 수 있었을까?)
54% of them are between the ages of 18-34
56% of registered voters are female
More than 5,000 polling stations across the country
The southern African country returned to multi-party elections in 1994 after 30 years of authoritarian rule
사전등록을 한 유권자들에게는 21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투표가 가능한 12시간이 주어진다. 한국은 투표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반면, 말라위는 국가에서 따로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사무소는 투표를 장려하기 위해 office holiday를 시행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총 7명이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유력한 후보는 3명으로 좁혀져 있었다.
가장 왼쪽의 후보는 Lazarus Chakwera로, Malawi Congress Party(MCP) 소속이다. MCP는 (부패척결 및 농업성장 등) 과거 말라위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Bingu wa Mutharika라는 전직 대통령 소속 당으로, 2012년 이후 정권을 잡지 못해 부활을 꿈꾸는 당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많은 말라위인들이 Mutharika 집권 당시를 그리워한다. 다시 한번 Mutharika와 같은 대통령이 당선되어 말라위를 발전시키길 소망하고 있다.
중간의 후보는 United Transformation Movement(UTM) 소속의 Saulos Chilima로, 현직 부대통령이나 새로운 당을 창립함으로써 현 대통령에 맞서 차기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후보이다.
마지막 후보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을 지내고, 재선을 노리는 Democratic Progressive Party(DPP) 소속 Peter Mutharika이다. 지난 집권 기간을 되돌아보았을 때, (물론 지지자들 많겠지만) 내 주변의 대다수 말라위안들은 그가 자기 잇속만을 챙겼다며 재선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크게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교육의 질 향상, 부패척결로 한국과 비슷하기도, 또 많이 다르기도 하다. 언뜻 보았을 때 공약들이 한국의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발표하는 약속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말라위라는 국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말라위 1인당 GDP는 338.48 USD, 대한민국은 29,742.84 USD이다. 전 세계 학교 중퇴율이 10.5%인 반면, 말라위는 41.5%이다. 국가 내 지도자들의 관심사는 크게 벗어남 없이 어느 정도 일치하나, 국가의 상황과 그 정도가 비교가 되지 않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말라위의 정당 대표 마크를 살펴보면, 옥수수와 닭이 메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 인상적이다.
말라위의 주식이 옥수수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데, 닭은 왜 대표성을 띄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부지런하게 일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건가?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닭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 건가? 현지 직원에게 확인이 필요할 듯하다.)
선거 결과, Democratic Progressive Party(DPP) 소속 Peter Mutharika가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2019년 6월 20일,
선거 결과에 대한 첫 시위가 일어났다. 개표가 하루 이상 늦게 발표된 이후, 개표가 늦춰진 이유는 투표 결과를 조작하느라 그랬던 것이다, Peter Mutharika가 돈을 써서 사람들을 매수했다더라 등 온갖 진실 여부를 알 수 없는(그러나 진실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떠돌더니 결국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도로에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이 깔리고, 시민들에게 최루 가스를 뿌려댔다.
혼란한 틈을 타 경비가 허술한 가게들에는 도둑이 들었고, 몇몇 건물들은 불에 타기도 했다.
우리 집과 사무소는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로컬 마켓이 크게 있는 타운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우리 동네 안에만 있으면 비교적 안전했지만, 타운 근처에 사는 다른 한국인, 인도인 친구들은 분위기가 살벌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본인 밥그릇 챙기기 바쁜 정치 지도자, 고위 간부들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고 또 챙기는 정부(즉 good governance)가 세워져야 국가의 발전도 가능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아무리 UN, NGO, GO에서 돈을 쏟아부어도 그 돈이 지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면 우리는 악순환의 반복을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누가 되었든 말라위 국가 및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외부인으로서, 외국인으로서 참 컸다. 그런데 선거결과와 그에 따른 불안한 시위에 실망하는 (꽤 많은) 말라위안을 보는 것도 안타깝고, 지난 4년간 업적보다는 부족함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던 전/현 대통령에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내가 말라위를 떠난 후, 8월 말까지도 공항을 폐쇄하는 등 계속해서 시위가 이어져 왔는데 현재 상황은 좀 나아졌는지 궁금하다. 선거 결과가 뒤집혔다는 소식이 아직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Peter Mutarika가 계속해서 집권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거나, 말라위의 선거를 지켜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으로 꽤 흥미로웠고 또 말라위에서 참 많은 것을 보고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라위 결혼식, 장례식, 선거 등 크고 굵직한 행사에는 대부분 참여해본 1인..) Peter 아저씨가 지난 4년보다 앞으로의 4년을 좀 더 잘 이끌길 진심으로 바라며, 말라위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