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한국에서 서양 문화는 대부분 미국 문화입니다. 커피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아메리카노입니다. 그럼 아메리카노는 과연 어떤 커피일까요? 단순하게 미국식 커피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름이 좀 애매합니다. 영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니까요. 즉 이탈리아에서 미국식 커피를 부르던 이름인거죠. 세계 2차대전때 유럽에 파병 온 미군들이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 진해서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해서 마셨다고 합니다. 그걸 보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깔보면서 부르던 명칭이었습니다. 그럼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진한 커피를 마시는데 미국사람들은 진한 커피를 안 마실까요? 그건 더 과거로 올라가서 영국 식민지 시절 보스턴 티(Tea) 사건으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1773년 보스턴에서 영국의 과도한 세금징수에 반발하여 항구에 정박한 배에 실려있던 홍차 상자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사건을 개기로 독립운동이 발발하게 됩니다. 영국은 보복조치로 식민지 미국에 대해 무역 봉쇄를 하게 되고, 물자가 귀해진 미국에서는 그 동안 영국식으로 마시던 홍차를 네덜란드 상인들을 통해 어렵게 얻은 커피로 연하게 희석하여 홍차처럼 마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커피 자체도 귀했기 때문에 아꼈어야 했기도 했고요. 실제로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커피도 그렇지만 아이스 티도 양만 엄청나지 맛은 굉장히 연한걸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현대 커피의 원형을 정립했다고 평가 받는 이탈리아의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아주 진하다는 말입니다. 이탈리아 커피를 추종하는 다른 유럽 국가의 커피도 대동소이합니다.
위의 설명에서 느껴지듯이 유럽에서 미국식 커피는 인기가 없습니다. 현대 커피의 원형을 정립한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외국 음식들도 맥을 못추지만 커피 역시 이탈리아식 커피만이 커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그 흔한 스타벅스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 최초로 진출한 것이 뉴스가 될 정도이니까요. 물론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스타벅스가 있긴 합니다만 아시아권처럼 커피 사장을 장악한 수준은 전혀 아니고 시내 중심가에서 간간히 찾아볼 수준 정도 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스타벅스 풍의 커피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선 아이스도 없고 아메리카노도 없습니다. 아이스 커피를 달라고 하면 대부분 당황합니다. 아이스크림 커피? 라고 묻기도 할 정도로 커피에 얼음을 넣어서 차갑게 마시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실제 독일에서는 Eis라고 하면 아이스크림을 가리킵니다. 다른 한국인 동료는 같은 독일어 권인 스위스에서 아이스 커피를 시켰더니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같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프랑크푸르트의 한국 주재원 사모님들끼리는 시내 모처의 카페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달라고 하면 얼음을 따로 챙겨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그 카페에서 만나자는 정보 교류가 이루어질 정도입니다. 주재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얼음을 챙겨주는 쎈스(?)있는 카페 리스트가 정리되고 그걸 새로 오는 주재원들에게 알려주는 배려(?)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주문에 성공(?)한 아메리카노. 그냥 Caffe에 가깝다 – 로마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엔 스타벅스가 있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고, 아메리카노라고 하면 알아듣는 곳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럽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는 없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냥 카페 크레메(Caffe Crème)를 주문하고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해서 자가 제작하는 방법입니다. 유럽에 온 만큼 그냥 맘 편하게 유럽식 진한 커피인 카페 크레메(Caffe Crème)를 즐겨 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카페 크레메 – 함부르크 독일)
유럽의 커피는 에스프레소가 기본입니다. 크레마가 많이 생성되도록 내려 뜨거운 물에 희석된 카페 크레메가 가장 무난하게 마실 커피입니다. 한국의 아메리카노 보다 훨씬 진하고 양도 작지만.
한국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거의 대부분 다시 한번 확인을 받지만 유럽에서는 아침 모닝 커피로, 식후 마무리로 가장 흔하게 마시는 커피입니다.
우선 같은 에스프레소라 해도 한국의 에스프레소 보다 더 진한 경우가 많고 양도 적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강해서 마시기 힘든 적이 많았는데 이탈리아 동료들에게 구박을 받아가며 배운 에스프레소 마시는 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는데, 각설탕 한 개 또는 막대 설탕 하나를 다 넣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로 저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바닥엔 녹지 않고 가라 앉은 설탕이 가득 쌓입니다. 그 상태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이렇게 하면 처음엔 에스프레소의 진하고 쓴 맛만 나다가 마실수록 설탕이 카라멜처럼 구워진 듯한 풍미로 서서히 올라오게 됩니다.
이탈리아 식으로 한번 도전을 해 보시죠
(에스프레소 – 프랑크푸르트 독일)
(에스프레소 -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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