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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Aug 25. 2020

[테넷] 후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문과 출신이라 인버젼이니 열역학이니 물리학이니 거창한 단어에 지레 겁먹었지만, <테넷>도 이전의 놀란 영화들과 비슷한 분위기다. 정작 영화를 보니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들의 설정들과 크게 차이는 없었다. <빽 투 더 퓨쳐> 시리즈나 <타임 패러독스>, 최근의 <어벤져스 : 엔드 게임>까지 비슷한 시간 여행 영화들은 많았다. 대신 <테넷>은 명확히 과거와 현재가 나눠져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뒤죽박죽 섞인 채 진행되는 바람에 한 번에 흡수할 정보량이 좀 많게 느껴지긴 한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는 이전의 놀란 작품인 <인셉션>, 혹은 <인터스텔라>에도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는 설령 설정과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따라갈 수 있는 큰 줄기의 감정선이 있었다. <인셉션>은 복잡한 작전보다 '코브'의 감정선과 트라우마가 더 돋보일 정도였고, <인터스텔라>는 대놓고 가족 영화였다. 그러나 <테넷>은 이야기들 사이에 짚어갈 감정선이 약하다. '캣'이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이고,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맡은 주인공 또한 마치 왕겜의 존 스노우마냥 아무고토 모른 채 일단 구르면서 하나하나 배워가다가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큰 그림을 보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마지막에 무릎을 탁 치면서 결자해지를 하기는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뭔지 알 수 없이 던져지는 정보들만 꾸역꾸역 받아먹느라 영화의 중반까지 뭔가 소외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테넷>은 하이스트 무비를 <메멘토>처럼 플롯을 배치한 영화다. 앞 문단들처럼 기대치에 비해선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긴 했지만(특히 전작이 <덩케르크>였던지라), 150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내내 몰입감을 느낄 만큼 재미는 있었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난다라고 몇 번이나 반복되는 영화 속 대사처럼, 영화 중반까지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후반부에 끼워 맞추면서 보는 재미들도 쏠쏠했다. 다만 설정들의 구멍이나 의문들을 뒷받침할만한 매력적인 서브플롯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그런 점에서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는 너무나도 편리하고 약간은 비겁한 대사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테넷>은 이런저런 장단점들이 느껴지긴 했지만, 현재 할리우드에서 이런 내용을 이런 규모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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