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
후기는 이제야 쓰지만 올 하반기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스위트홈>을 론칭된 주말에 바로 몰아서 정주행 했다. 특히 코로나 19 때문에 극장가에 블록버스터가 씨가 말라버린 바람에, 넷플릭스에서 회당 30억씩 쏟아부었다는 <스위트홈>의 규모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상파였으면 상상도 못 할 수위로 그려낸 크리쳐물이라는 점과 스타 PD, 인기 웹툰이 원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를 가득 품고 시청한 <스위트홈>은 뭔가 아쉽다. 어쨌든 정주행을 완료해냈지만, 여러 단점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실 드라마, 특히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일단 너무 길다. <스위트홈>의 이응복 PD의 히트작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도 유명세만 들었지 본 적은 없다. 한 에피소드에 1시간 반 가까이 되는걸 16 ~ 24개나 봐야 하고, 기껏 꾸역꾸역 봤는데 결말에서 통수 맞으면 너무 허탈해서 그냥 2시간짜리 영화를 보게 된다. 그나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러닝 타임이 짧은 편이라 그럭저럭 챙겨보는데, <스위트홈>의 지지부진한 전개는 이상하게 지상파 드라마를 떠오르게 만든다.
<스위트홈>은 1시간 분량 에피소드 10개의 러닝타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만 한다. 시즌제 드라마는 그 시즌을 관통하는 줄기가 있어야 하는데, <스위트홈>은 이 점이 너무 부실하다. 괴물들이 욕망을 통해 발현된다는 점 말고는 딱히 제대로 그려진 부분이 없다. 심지어 이 괴물들의 활약도 중반 이후에는 미비하고, 쓸데없는 신 캐릭터들이 등장해 에피소드만 잡아먹는다. 10화 내내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와 사연을 쏟아내고 눈물을 자아내려고 애는 쓰지만 딱히 매력이 보이진 않는다. 시즌 내내 캐릭터들의 활용도 부족했던 점들을 보면 각본 상에서 캐릭터 개발에 구멍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치명적인 것이 배우들의 연기인데, CG 분량이 많은 크리쳐물인 것을 감안해도 너무 많은 출연진들이 어설픈 연기를 선보인다. 유치하고 만화 같은 대사들도 몰입을 깬다. 뭔가 인간 군상을 구성하려 애쓴 것 같기는 하다만, 너무 틱틱거리는 비호감 캐릭터들이 많고(특히 이은유) 서이경처럼 기대를 모았지만 딱히 활약은 없는 캐릭터들도 많아서 보는 내내 답답함만 가중되는 것도 아쉽다. 오리무중 전개와 답답한 캐릭터들을 싣고 무대포로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버리는 건 다소 무책임한 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엄청난 규모의 세트장으로 재현해낸 미술이나 분장, 크리쳐들의 CG는 분명 놀랍긴 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점들은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부분이다. <스위트홈>은 돈으로 안 되는 부분들에서 많은 단점들을 드러낸다. 롤을 하지 않아 'Warriors'에 대한 거부감은 덜했지만, 올드한 감각의 연출과 편집 때문인지 OST가 잘 활용되었다는 생각도 들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됐든 중도 하차하지 않고 정주행을 할만한 재미는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어쩌다 보니 수많은 단점들을 나열했지만, <스위트홈>은 한국을 배경으로 구현해낸 크리쳐물이라는 점은 꽤 흥미롭다. 이번 시즌은 절반의 즐거움과 절반의 아쉬움을 안겨주었지만, 다음 시즌에서는 외적 내적 모두 훨씬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