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한 곡조에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시대의 한
2020년 영화계의 가장 충격적인 소식들 중 하나가 바로 MCU 블랙 팬서로 잘 알려진 '채드윅 보즈먼'의 사망이었다. 4월에 그의 인스타에 올라온 수척한 사진을 보고 단지 영화 촬영 때문에 감량한 줄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더 충격이 컸다. 더 놀라웠던 것은 2016년부터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왔다는 점이다. <21 브릿지 : 테러 셧다운>, <Da 5 블러드>에 이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까지 올 한 해 세 편이나 공개하면서(국내 개봉일 기준)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는데, '채드윅 보즈먼'은 이번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터라 영화의 뒷맛이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실존했던 가수인 '마 레이니'를 다룬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대도 단출하고 전개도 극적이라 마치 한 편의 생생한 연극을 지켜보는 것 같은 밀도 높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1927년, 시카고의 한 스튜디오에 앨범 녹음을 위해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 역)'와 밴드가 모인다. 하지만 불같은 성격을 지닌 '마 레이니'와 그 못지않은 '레비(채드윅 보즈만 역)'은 시시콜콜 충돌하며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녹음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하게 흘러간다. '마 레이니'와 '레비'가 만들어낸 스튜디오 안의 팽팽한 갈등을 들여다보면 스튜디오 밖, 그 시절의 차별이 진득하게 묻어 나온다.
자신 앞에 굽신거리는 백인들이 목소리만 취하면 돌아설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 레이니'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불처럼 쏟아내는 '레비'가 끝없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대사들은 마치 스튜디오를 터트릴 것처럼 뜨겁고 한스럽다. 슬픈 어원을 가진 블루스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듯이 가사를 뱉어내는 '마 레이니'의 노래는 절규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 레이니'의 내면을 능수능란하게 그려낸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불태워버린 '채드윅 보즈만'의 열연이 무엇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