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만 빼고 다 있는 팀이 있다
국내 OTT 시장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입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독도 가능하고 한글 서비스도 어느 정도 제공하지만 버려진 상태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구독하는 이유는 바로 자체 콘텐츠 때문이다. <더 보이즈>나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같은 인기 드라마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아마존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바로 이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시리즈이다. 럭비, 미식축구, 축구 등 다양한 팀을 한 시즌 내내 진득하게 촬영하며 들여다보는 이 시리즈는 스포츠 팬이라면 쉽게 외면하기 힘들다. 이 매력적인 다큐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공개된 팀은 바로 우리나라 선수 '손흥민'이 뛰는 것으로 유명한 '토트넘 홋스퍼'이다.
EPL을 꾸준히 지켜본 팬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토트넘'의 최근 입지는 예전과 꽤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도 간간히 챔스권을 넘나드는 팀이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젊은 스쿼드로 갈아엎고 완전히 챔스권 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을 빅클럽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가장 큰 이유는 우승컵이다. 지금도 해리 케인이라는 걸출한 로컬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버티고는 있지만, 트로피가 없는 이상 토트넘의 위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다큐 시리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의외로 토트넘 팀 내부에서도 이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건 재밌긴 하다.
이번 다큐 시리즈는 토트넘의 19-20 시즌을 다룬다. 하지만 19-20 시즌의 토트넘의 상황은 엉망진창이다. 바로 지난 시즌인 18-19 시즌에 토트넘은 새 홈구장 건축 문제로 여름과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리그는 4위, 챔피언스 리그는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내긴 했다. 하지만 얇은 스쿼드로의 과부하 된 팀 운영은 어마어마하게 고통스럽다는 걸 몸소 증명한 시즌이었다. 게다가 극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 하긴 했지만, 그랬기에 패배의 여파가 더 컸다. 19-20 시즌 초반 번 아웃된 팀 상황은 엉망인 리그 성적으로 이어졌고, 결국 <모 아니면 도>도 부진한 상황에서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를 선임하는 정신없는 상황에서 시작하게 된다.
하필 챔스 대권 도전 실패의 번아웃, 오랜 기간 팀을 지탱해온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 해리 케인, 손흥민 등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코로나로 인한 시즌 중단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라 그런지 다큐 자체도 뭔가 어수선하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감독 무리뉴가 촬영에 심드렁하고,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선수들 대신 주야장천 구단주 레비만 계속 얼굴을 비춘다. 그래서 한 시즌을 진득하게 좇으며 감독의 철학과 팀스피릿, 선수들의 희로애락과 팀 내부 사정이 잘 나타났던 <모 아니면 도 : 맨체스터 시티> 편에 비하면 여러모로 좀 아쉽다.
이번 <모 아니면 도>를 통해 토트넘은 주축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트로피가 꽤 절박한 상황이고, 생각보다 훨씬 더 토트넘 내부에서 '해리 케인'이라는 선수가 지닌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해리 케인'이 토트넘 커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타 팀으로 이적하게 되면 이전에 '가레스 베일'과 '루카 모드리치'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보다 타격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해리 케인'은 단순한 슈퍼 스타가 아니라 토트넘 로컬 프랜차이즈 출신인 토트넘의 자존심이자 상징과도 같은데, 계속되는 무관이라는 성적 때문에 이적하게 되면 토트넘의 빅클럽 입성은 생각보다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 빅클럽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클럽 정도에 그치지 않기 위한 토트넘의 노력이 과연 20-21 시즌에는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P.S. - 해리 케인 다음으로 토트넘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손흥민의 활약을 보는 재미도 쏠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