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귀한 줄 몰랐던 시대에 종말을 고한다
인적 자원 밖에 없는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너 아니어도 그 돈 받고 일할 사람 많아’로 후려쳐왔지만, 이제는 그럴 사람조차 없는 형국이다. 사회가 그어놓은 점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도태되는 이 무시무시한 무한경쟁사회를 열정만으로 버티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다음 소희>는 이처럼 사람 귀한 줄 몰랐던 시대에 종말을 고한다.
<다음 소희>는 사람을 돈으로만 대하는 기업과 이를 방관하는 썩은 시스템을 고발하는 사회 영화인 동시에 88만 원 세대로 대표되는 유진의 무기력한 각성을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영화에서 유진의 전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춤이라는 역동적인 취미 생활이 무색하게 삶에 찌든 모습으로 극초반을 맴돈다. 어쩌면 그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이전 소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소희의 비극에 자신의 일처럼 분노한다.
열정과 노력이라는 명목 아랫사람을 갈아서 쓰는 것이 괜찮았던 것은 옛날이야기이지만, 아쉽게도 그 옛날이야기 속 옛날 사람들이 여전히 사람을 부린다. 유진은 그 사이에 끼여있는 세대이다. 그 치열함에 무감각해진 그녀조차 여전히 바뀌지 않은 시스템에는 분노한다. 하지만 끝내 그녀의 분노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고 만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마치 기성세대를 대신해서 M세대가 Z 세대에게 보내는 무기력한 사과와 위로처럼 느껴진다.
이러다 다음도 소희도 없어질지 모르는 판국에, 여전히 혐오와 갈등만 넘쳐흐르는 이 시국을 타파하는데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