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년째 옵시디언이라는 노트앱에 수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일과 개인 생활 모두를 아우르는 방대한 아카이브입니다.
의무였다면 결코 이렇게 지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해야만 하는 것은 기록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글감으로 활용하기 위한 메모처럼 나중에 활용하고자 기록할 때도 있지만, 그저 현재를 충실히 살고자 기록하는 측면도 큰 것 같습니다. 불안하거나 후회되는 일도 기록을 통해 조금 더 수월하게 흘려보낼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걱정과 후회는 깊은 수렁과도 같아서 한 번 끌려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록은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돕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소망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글로 적으며 알아차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안정감이 생깁니다. 생각이나 감정과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잠식당하지 않으면서 현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음이 수많은 생각과 고조된 감정으로 혼탁해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그럴 때 노트앱을 펼쳐서 그 모든 생각과 감정을 적습니다. 그러면 다시 흐려진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커리어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되는 내용을 적고 옵시디언의 캔버스라는 플러그인으로 내용 사이의 연관도 이리저리 그려봅니다. 해결되는 것은 없다 하더라도 걱정의 내용을 한눈에 들어오게끔 도식화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평안이 있습니다(아래 이미지1 참고).
요즘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 통계 내는 재미에 빠졌습니다(아래 이미지2 참고). 하루하루가 덧없이 흘러간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남들처럼 저 또한 치열하고 또 충실하게 하루하루 살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합니다.
두서없이 적고 있는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김혜원이 나를 리뷰하는 법에서 한 말이 마음에 들어 가져옵니다. "나는 움직이는 구름처럼 자주 변하고, 매달 삶의 지혜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를 깨우치며, 일상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움직임이지만 내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의미는 충분한 것 같다."
[이미지1: 세부 내용은 가림처리]
[이미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