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취준 방법은 통하지 않더라
요새 ‘네카라쿠배’가 유행어가 되었듯이, 핫한 스타트업에 가고 싶어하는 분들 정말 많죠.
특히 유니콘 스타트업이라면 더 좋고요. 유연출퇴근제에 수평적인 문화, 요새는 연봉도 대기업이랑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높기도 한다하고. 솔직히 안갈 이유가 있나요? (또,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그냥 너무 멋있잖어요.)
그리고 웹, 앱같은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저는 더 스타트업에 가고 싶었어요.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대기업보다는 IT 서비스가 중심인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클테고 그럼 일하기 더 재밌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사의 컬러 취향에 맞춰서 싹 뒤바꿔야하는 일은 적어도 없지 않을까싶었던...)
취준이라고 하면 보통 이런 모습을 떠올리게 돼요. (괄호)안에 넣은 내용은 실제로 제가 했거나 할뻔했던 행동들입니다.
- 학점 잘받기 (과목별 교수님 취향에 맞춰 디자인 과제 내기)
- 포트폴리오 잘 만들기 (비핸스, 노트폴리오 참고해 그럴싸하게 내용 채워넣기)
- 동아리 활동 (포폴에 넣을 기깔나는 프로젝트 하나라도 건지겠거니 기대하며)
- 채용 연계형 인턴십 (극악의 경쟁률이지만 그래도 일단 넣는다)
- 공모전 상타기 (좀 퀄리티 좋게 뽑힌 프로젝트는 여기저기 공모전 다 찔러넣기)
- 어학 점수따기 (한국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할건데 영어 쓸일이 많나...?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점수없으면 불리할 것 같으니까 방학때 토익학원)
- 자소서 준비 (있는 경험 없는 경험 다 끌어모으기)
- 등등...
보통은 이렇게 취준을 하죠. 이런 방법으로 열심히 준비하면 대기업을 갈 확률은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대기업은 통과했던 포폴도 스타트업에선 그냥 떨어지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경력 없으면 안 뽑는데,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거지?"
"이미 좋은 IT대기업에 있던 분들만 갈 수 있는 건가?"
"나같은 주니어는 갈 방법이 없는건가?"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막막했고 끝없는 고민이 이어졌어요.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생략하고 결과만 그럴싸하게 말해보자면,
졸업한지 얼마안되어 가장 가고 싶었던 스타트업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들어갔어요.
스타트업용 취준은 달라야 하더라구요. 기업 스타일이 다른만큼 준비하는 방법도 다른게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해요.
좋은 스타트업은
똑똑한 학생이 아닌,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취준용 스펙이 의미가 없다.
약 1년전의 나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덜 불안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 갔는지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