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캥거루 May 04. 2019

주말2 - 친구

사실 변한건 없어요

 어제는 어릴적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초중학교 동창, 옛 동네 친구 둘이다. 특히나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이었지만, 한명이 베트남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이처럼 가끔 한국에 들어올때나 보곤 한다. 만나기로 한 토요일 오후, 아무도 연락이 없다. 몇시에 어디서 볼것인지 서로 아직 말이 없다. 벌써 당일의 반나절이 다 지났는데, 오늘 만나기로 한것도 분명한데 말이다.


 예와 다르지 않다. 지금은 노량진, 목동 그리고 인천으로 흩어져 있어도 우리 사이 무언가 정해져 있는 약속은 너무 거창하다. 그리고 이제는 불가능한 '5분 뒤 패밀리마트 앞으로' 이런 것들이 아직 문신처럼 남아 있어서라. 그때 강서구 가양동에 우리 그대로인 것 마냥 말이다.


 결국 누구 하나가 출발하기 바로 전에야 친구1의 지금 동네에서 만나기로 결정했다. 남자셋, 노량진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서 술을 먹진 않았다. 술로 딱히 관계를 풀 필요도, 불필요한 흥을 더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셋 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린 곱창을, 식빵을, 커피를, 콘파이를 먹었고 무작정 걸으며 산책을 했다. 우리는 노량진에서 수산시장 재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며 집값 등을 이야기 했고, 여의도를 지나며 이곳에 살고있는 다른 잘나가는 동창의 이야기를, 한강으로 몰려나온 엄청난 인파와 젊음을 보며 우리의 나이를 말했다.  


 허물은 없었다. 각자의 허물과 힘듦도 가벼운 웃음거리가 되어 마냥 즐거울 뿐이다. 굳이 억지로 공통의 추억을 끄집어 내려 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 헐거워진다 하더라도 없어질 관계는 아닐 것이고, 그때도 또 어색할 것 같진 않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열한시, 갈곳이 없어져 PC방을 가기로 했다. 우린 노량진으로 다시 돌아가는 택시를 타고 내리미 건너편에 PC방이 하나 보였다. 깜빡이는 신호에 셋은 그걸 건너려 뛰었다. 그렇게 저녁 열한시에, 서른 셋 남자 셋이 게임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무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건 하나 없다. 10년 뒤에도 또 다를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좋다.

작가의 이전글 퇴근4 - 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