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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Oni Mar 05. 2019

제주도 내내 어여쁘소서

2017년 3월 4일 정확히 2년 전 제주도에 갔었다. 매년 3월이 되면 제주도에 가려고 우리 부부는 계획했기 때문에 어김없이 올해 3월에도 제주도에 다녀왔다. 2018년은 와이프가 만삭이었기 때문에 갈 수 없었던 점을 제외하면 앞으로 이제 내 딸 라엘이 와 내 아내 은경이와 함께 매년 찾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를 갈 땐 늘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 잊고 있었던 몇몇 감정들과 의식들이 되살아나는 기분에 너무 좋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느껴지는 여유 몸을 휘감으면서 스쳐 지나가며 인사하는 제주의 바람 따뜻한 햇빛에 몸과 마음이 싱그러운 봄을 가장 빨리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를 다녀오며 느낀 것은 나에게 그런 선물을 주던 제주가 점점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얘기하지만 아직까지도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혹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무한할 것만 같았던 자연이 이제는 유한함을 넘어서 희귀해지는 현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제주 4일 동안 느꼈던 감정은 미세먼지 가득한 제주의 하늘이 너무 낯설었고  그런 제주가 나에게 슬프다고 말하며 우울함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은 흐리고 시야는 잘 보이지 않았으며 뿌옇게 깔리 먼지들 사이로 나는 어디에 한라산이 있고 성산일출봉이 있는지 찾아보기 바빴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도 똑같이 적막함과 동시에 흐린 하늘과 같아지고 있었다. 


제주는 늘 고마웠다. 어딜 가나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줬으며 아직도 찾지 못한 숨겨진 보물들을 구석구석 간직하며 나에게 찾아와 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느낄 수 있었던 기분은 다른 스케줄을 다 포기하고 그곳에서 가만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나가 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보다 "내가 아프니까 나 좀 보살펴줘" 하는 약해진 제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가 와도 미세먼지는 씻겨가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인간의 발전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당연하고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지만 왜 자연을 보존하는 기술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일까. 결국 미래는 1M 앞도 볼 수 없는 먼지 속에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오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이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어린아이들 특히 내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쁘고 아름답던 제주를 볼 수 없는 슬픔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책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아파하는 제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 이상 병들지 않고 힘들지 않고 다시 한번 언제나처럼 계속해서 이쁠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제주도를 다녀오며 이상의 시가 떠올랐다.




내내 어여쁘소서

이상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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