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신입사원으로 살아가기
보통 아침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의식적으로 창문을 열어 찬 가을바람에 비몽사몽 한 정신을 씻어낸다. 그러곤 잠옷 매무새를 가다듬다 침대 주변을 정리하고 그날의 커피를 정성스레 내린다. 침대에서 일어난 지 몇 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렇게 나는 출근 준비를 마쳤다.
올해 초,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고 3월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누구나 첫 회사에 대한 로망 하나쯤은 맘속에 품고 있듯 나 역시 경험해보지 못한 '회사원'이라는 역할이 생긴다는 사실에 괜히 많은 것들을 기대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때문에 첫 출근날부터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거의 모든 날들을 집에서 일하며 지냈다. 물론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삶을 동경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낯선 첫 직장에 재택근무로만 적응해야만 했던 일은 신입 사원에겐 도전이었다.
한창 꽃이 예쁘게 무르익을 3월에 나는 집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회사에 나를 녹여갔다. 매일같이 마주할 팀원들의 얼굴보단 목소리에 익숙해져야 했고, 언제라도 연락에 대응할 수 있게 메신저 상태와 인터넷 연결 상태를 자주 확인했다. 온라인이라서, 또 온라인이기에 더욱 중요해진 일들을 가다듬으며 그렇게 나는 나의 첫 회사에 나를 맞춰나갔다.
일과 삶이 혼재된 집에서 업무를 해서일까. 온라인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인간적이기도 했다. 줌 회의실 너머로 동료의 반려묘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밥은 먹고 일을 하라던 가족의 다그침에 민망해하며 사과한 팀원 덕분에 딱딱하던 회의 분위기가 풀어졌던 날도 있었다. 재택근무이기에 경계가 흐려질 수 있는 서로의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위해 가끔은 단호하게 잠시 쉬다 하자고 얘기할 수 있는 책임감도 생겼다.
코로나 시대의 입사는 내겐 생경한 연대로 기억될 것이다. 입사 전의 부푼 기대들은 물리적으로 충족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커다랗고 끈끈한 동료들 간의 유대가 그 자리를 보란 듯이 채우고 있다. 눈치 없는 코로나가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도 우리의 일과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온라인에서 업무를 이어간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들 맛저 하세요!". 나는 메신저에 이렇게 타이핑을 하곤 노트북을 덮었다. 아직은 얼굴을 마주 보며 퇴근인사를 전할 수 없어 응원의 마음을 메신저에 남긴 채. 오늘도 나는 집에서 참으로 잘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