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직장생활] 비정규직이라고 복지 차별? "이러시면 안됩니다"
"우리 회사 계약직은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을 못 써요. 계약직과 정직원의 차별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회사가 이래도 되나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사옥의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을 사용 못 하고 있다는, 상식 밖의 이야기가 잡플래닛에 올라왔습니다. 이 기업 뿐만 아니라 잡플래닛에는 비정규직이라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호소가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회사가 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 연봉·수당·복리후생·진급 등 비정규직 차별? "합리적 이유 필요해"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에서 차별을 금지한 대표적인 것이 기간제근로자·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고령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남녀 간의 차별금지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는 기본급, 각종 수당, 상여금, 복리후생, 승급과 진급 차별 등 다양한데요.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차별적 처우는 △임금, △정기상여금·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선 사연에서 엘리베이터나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마지막 조건인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되겠죠.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먼저 기간제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비교대상 근로자에 비해 임금·상여금·성과급·복리후생 등에서 실제로 불리한 처우가 있는지, 그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순서로 판단하게 돼요.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면 차별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리프레시 휴가를 부여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회사는 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근로자 모두 1년 이상 근속자에게만 휴가를 부여하기 때문에, 근속한 지 1년이 안 된 기간제근로자에게 리프레시 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처우로 판단되겠지요.
◇ "사옥 포화상태라 엘리베이터 사용 못해"? 이유 있지만…
다시 사연으로 돌아가볼까요. 계약직 근로자의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사용을 금지한 것에 대해, 해당 기업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잡플래닛에 해명했는데요.
"업무량 급증으로 단기간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미 기존 인원으로 사옥이 포화 상태"여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외부 업체에게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사용 불가 관련해서는 사전에 고지했다"고 말이죠.
대법원은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와 관련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기간제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이나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10.25. 선고 2011두7045 판결)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비추어봤을 때, 잡플래닛의 이주경 변호사는 "이 사례의 경우 기간제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일부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차별의 필요성이 해소된 이후에도 계속 기간제근로자의 엘리베이터 및 주차장 사용을 금지하거나, 피크타임 외에 기간제근로자에게 엘리베이터 사용을 허가하는 등 덜 차별적인 방법이 마련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회사의 사례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에게 서로 다른 처우를 제공해 차별하는 방식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방법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또한 함께 일하는 근로자인 만큼, 차별 없는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차별처우 받는 비정규직이라면…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만약 비정규직 근로자로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면,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8조 위반에 해당합니다.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됩니다.
차별시정 신청을 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불리한 처우나 합리적인 차별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후 심문회의를 통해 양 당사자, 즉 노사가 참석하여 관련 주장을 펼치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시정명령 또는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여기서 시정명령은 차별적 행위의 중지, 근로조건의 개선, 금전보상 등을 포함합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시정명령에 대해 이행상황에 대해 사용자에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에 불응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사용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 중이라면 알려주세요. 같이 고민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