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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r 17. 2024

여기서 행복할 것

아무리 힘들고 외롭더라도, 그럼에도 나아가기.

 '시간을 되돌린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요?'


 요즘 내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굉장히 공상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의 숨은 의도는  '지금 당신의 마음 상태는 어떤가요?'라는 내 나름의 관심 표현이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지금이 제일 나은지. 만약 돌아가고 싶은 어떤 특정 상황이나 시기가 있다면, 현재의 내 마음은 온전치 않다는 방증이고, 그럼 다시 각을 잡고 마음 챙김을 한다. 늘 그렇게 스스로를 잘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다. 


 밤 사이 꿈을 꿨다. 다시 제주에서 기상캐스터했던, 외적으로 가장 예뻤던 20대 시절로 돌아가는 꿈. 사람들에게 가장 예쁨 받고 인정받았던 그 시절. 하지만 꿈속에서 느꼈던 감정은 너무도 생생했다. 


'막막함'


 최근에 이사 준비며 인간관계 방면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이 겹치며 약간 지쳐있었다. 집에 있어도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자이언티의 노래가사를 절감하고 있던 요즘, 과거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꾼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꿈에서도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 모습 뒤에 꽁꽁 숨겨두었던 내면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수많은 고민들을 짊어진 어린 나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꿈에서도 '이건 꿈일 거야'라며 깨려고 아등바등한, 그 어렵다는 자각몽을 꾼 것이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 과거의 추억들은 아름다운 면들만 떠올리게 된다는데, 실상 이면의 어두운 감정들을 마주한 순간 미련이 사라져 버렸다. 결국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제일 낫다는 것.'


  당장의 일이 있고, 힘들 때 나와 한강을 걸어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 나만의 온전한 공간이 있다는 것, 더 나아갈 수 있는 커리어를 밟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가 생긴 건 지금에 나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과거로 돌아가기보단 지금 약간의 부침이 있더라도 여기서 잘 헤쳐나가는 현명함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당탕탕 우여곡절도 물론 많겠지만 이 마저도 성장통이라 여기고 묵묵히 걸어간다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지금'이 만들어지게 된다.


 결국엔 그냥 이 현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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