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웠던 스타벅스 카피가 요즘 내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
스타벅스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다. 제주도 출신인 나에게 스타벅스는 소위말해 육지사람들, 내지는 뉴요커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불편함 감수하더라도 끝까지 진동벨을 쓰지 않는 똥고집과 절대 한국어 가사의 노래를 틀어주지 않는 힙함을 가진 이 브랜드는 그야말로 세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점점 매장이 많아지면서 예전만 하지 못하단 생각을 하던 도중 결정타를 날렸던 문구가 있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해"
내가 알던 스타벅스의 담백함은 온데간데없고 어쭙잖은 감성만 남겨진 이 카피는 오랫동안 나에게 적잖은 실망으로 남았었다. 카피의 세계에는 무지하지만 일반 소비자 중 한 명으로서, 그저 '스타벅스의 힙함'이 없게 느껴졌단 그 이유 단 하나다.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종종 이 문구가 떠오를까? (한편으로 마케팅 성공일 수도...)최근 생각나는 빈도가 꽤 잦아졌는데, 내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점철된 날들의 연속선에서 가끔씩 곱씹으면서부터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다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아낌없이 조언을 건네주지만, '한번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게'라고 회피해버리고 만다. 분명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느낌은 사실 예전에 꽤 자주 느꼈던 것 같은데 왜 요즘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과 조건들과 타협하다 보니 전혀 그 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리는 나를 직시할 자신이 없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핑계로 도망가버리게 된다.
교세라 창업자인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를 읽으면 어떤 적성에 따라 일을 찾기보단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적성과 흥미를 찾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단 메시지를 강하게 받는다. 그런 삶을 살아보자고 다짐했건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삶.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삶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그들만의 특권처럼 느껴져 괜히 질투가 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날이 오게 될까?
이렇게 막막한 질문들만 늘여놓다가도 결국 나는 내 안에서 다시 답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약간의 거리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