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면 채소 드려요~ 남원예쓰장에 장을 펼친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
비 오는 토요일에 열린
‘예촌 쓰레기 없는 시민장터’(남원 예쓰장)에서
플레이아데스 부스는 살뜰한 도전을 했어요.
바로 농산물 ‘굿즈^^!’
텃밭 농사 전담하는
플레이아데스 매니저님이
생각해 낸 판촉법이었죠.
처음엔 ‘그게 될까? 남원에도
농사짓는 분들 많은데…’
갸우뚱하며 고민하다가
‘그래, 산골출판사라서 할 수
있는 마케팅이니까 해보자!’
결심이 서더라고요.
이렇게 전 마음만 먹었고요,
가지랑 호박 알차게 여문 것들
농사지어 거두어 씻고 갈무리까지
매니저님이 도맡아 주었어요.
“책을 사시는 분께 채소를 드립니다!”
과연 채소 바구니가 등장한 현장의 반응은?!
“요거 호박 얼마예요?”
이 질문을 젤 많이 받았답니다.
주로 할머니 손님들한테요.
전날 수확한 것들이라 그런지
싱싱하고 좋아 보였나 봐요.
“파는 거 아니고요, 여기
책 사시면 선물로 드려요.”
있는 그대로 대답을 드렸지만
책 쪽엔 눈길을 주지 않으셔서요.
“어머니, 인상이 좋으셔서
이거 선물로 드릴게요^^
맘에 드는 걸로 골라잡으세요.”
넉살 좋은 매니저님의
넉넉한 임기응변에
할머니께서 활짝 웃으며
젤 작은 호박을 집으셨어요.
혼자 먹기 딱 좋겠다면서.
그때 조용한 감동이 일면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여기 온 보람은 다 했구나… 싶더라고요.
아니, 그런데!
비 오는 장터의 명장면들이
어찌나 속속 다가오는지
춥다는 분들도 더러 계셨는데
저는 흥에 넘쳐서 잠바를
자주 벗어 놓았더랍니다.
더구나 손기문 가수님 열창으로
후끈 달궈진 열기에 휩쓸려
‘사회적 협동조합 푸르메가 사는 지구’
이재향샘이랑 바위처럼 율동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만...
기타를 잡기에 이르렀는데요.
손기문님 공연이 끝나고
행사를 진행하던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안상연샘이
“누구 답가 하실 분 있을까요?”
웃으며 멘트를 날리시는데
그냥 듣고만 말 것을 1초도
고민 없이 “저요!” 해버리고
그걸로 모자라
“저, 기타가 있어야 하는데, 빌려주실 수 있나요?”
연타석을 날렸다는 거겠죠.
아이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 몸 둘 바 모르겄는디
장터 현장에서는 저절로
그리 돼버렸구만이라^^♪
결국 산골딴따라의 답가는
기타 코드 까 먹고
음높이 조절 못 해 두 번째
노래는 완전 삑사리로 간신히 마무리ㅠ.
(노래 영상은 유랑공방 빨간거북님이
찍어 주었어요. 완전 감사해요!)
플레이아데스 부스로 돌아와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ㅜ.
몇 달 만에 기타를 만지면
그게 되니? 아니, 그러고
목청껏 노래 불러본 지가 대체
언젠데, 목소리가 나올지 어쩔지도
모름서 마이크 앞에다 대고
노래를 부르냐, 응? 으이그!’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는 중에
이건 또 뭔 일이래요?
어떤 여성 분이 다가오더니
“좀전에 노래한 분 아니에요?”
그러시네요.
“아, 네… 맞아요…….
아이코 부끄러워요.
제가 노래를 못해가지고
이걸 창피해서 어쩐대요.”
“아니에요, 참 좋았어요~”
이러시더니만,
책을 한 권 사는 거 있죠.
우와,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는 거였더라고요!
못 부른 노래에 실려온
마지막 손님을 끝으로
도서출판 플레이아데스의
남원예쓰장은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비니루도 없이
건네드린 책 소중히 보듬어준
독자님들이 한 분 두 분
생생히 떠오릅니다.
한결같이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지인분들께는, 이제 그만 사주셔도
된다고 말씀은 드리면서도 불쑥
내미는 카드를 외면하지 못하고
또 계좌 입금 알람 소리에는
어쩔 수 없이 행복한 힘이
충만하게 피어납니다.
우연히 마주친 낯모르는
인연들께는 뭐랄까,
생의 신비 같은 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이 장터에 오셔서
부스 앞을 스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책을 집어 들게 되었을까….
올가을로 다섯 번째 열린
‘예촌 쓰레기 없는 시민장터’에
두 번째로 참가한 플레이아데스는
이렇게 희망과 행복을 가득 품고
산골로 돌아왔습니다.
촉촉한 장터의 시간을
함께 나눈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재밌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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