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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꼰대 Apr 04. 2021

스스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줘?

20대에 정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교에 적응하던 무렵 (본가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사는 게 처음이었던 그 시절),

처음 일할 때 함께 일하던 사수에게 인수인계도 없이 이유 모를 갈굼을 몸소 받던 시절,

대학원에서 투명인간 취급받으며 허드렛일 하던 때,

회사 대표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와 그녀가 싼 똥을 치우며 현타를 느끼던 시절과 함께 찾아온 오랜 연인과의 이별 시기까지

다사다난하고 고됐던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나 스스로에게 보내주었던 ‘격려’와 ‘응원’이었다.

지난 시절을 내 기억에만 의존하는 건 변질될 수 있으나 기록을 해두는 것은 진실했던 그 순간을 박제하는 것이기에 힘들 때는 꼭 그때를 기억하고자 글을 남겨두었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보면 눈물 나게 짠하도록 나는 나란 사람을 믿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었더라.

그때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셀프 칭찬을 글로 기록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들이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나의 힘의 근원’이었다.

그리고 30대가 된 후 나의 아프고 힘든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었던 ‘셀프 칭찬’에 ‘another skill’을 추가했다.

스스로에게 자주 요즘 어떤지를 물어보고 힘들면 기운이 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기.


송화: 익준아,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익준: 넌?
송화: 나 이거 샀어, 장작 거치대
익준: 왜 샀어, 그런 걸?
송화: 나는 날 위해 장작 거치대를 샀어. 나 이거 살 때 정말 행복했다. 날 위해 그냥 샀어.. 넌. 널 위해 뭐해주냐고?
익준: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너랑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거. 난 나한테 그거 해줘.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화에 나오던 한 장면이 나의 ‘another skill’과 일맥상통하더라.


나에게 뭘 해줄까?라는 고민 전에

뭘 할 때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별게 아닌 것들이 날 행복하게 하더라.

- 주말 아침 텅 비어있는 카페에 들어섰을 때

- 빈 속에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넣어줬을 때

- 퇴근 후 맛있는 저녁을 많이 먹었을 때

- 운동이 아주 잘되었을 때

- 금요일 퇴근할 때

- 푹 자고 눈 떴는데,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라서 더 잘 수 있을 때

- 하늘이 맑은 날 밖을 나섰을 때

- 요리가 잘 됐을 때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을 때

- 자다 깬 새벽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이 눈에 들어올 때

- 설거지를 마치고 식기 건조대에 많은 설거지거리들이 알차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볼 때

- 기타 등등

정말 소소하다 못해 사소한 것들이 내 행복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게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순간들을 적다 보니 입가에 번지는 미소 무엇...?!)



내가 참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를 되새겨본다.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중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무얼 할 때 행복한지, 그리고 요즘의 나는 어떠한지 자문하고 잘 챙겨주자.

‘행복’한 ‘순간’을 심어줄 수 있도록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가끔 물어보자.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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