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획과 협치
사업기획을 하기 전에 정책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살펴보자.
우리가 뉴스나 언론에서 만나는 그럴듯한 정책들도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위계적으로 살펴보면 하나의 큰 정책은 여러 가지 정책사업들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가지 정책사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구조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목적과 목표의 개념 차이와 비슷하다. 정책(목적)은 방향이고, 정책사업(목표)은 큰 방향을 이루어내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이다. 또한 아이디어에서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나의 욕구에서 우리의 욕구로 가는 과정과 동일하다. 공공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은 내가 필요한 것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획은 진행형(ing)이다. 계획이 최종 완성된 형태라고 본다면, 기획은 아이디어에서 완성된 계획을 만드는 그 중간의 과정 모두를 의미한다. 아이디어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목표로 만들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일련의 활동을 ‘기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계속 나오겠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화’이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땅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상상을 땅으로 내려서 구체화하는 이유는 사업기획을 통해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서이다. 경제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안타깝게도 민간 영역이던 공공영역이던 자원은 한정적이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은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우리는 사업을 기획하여 자원 배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설득하여야 현실에 반영할 수 있다. 더군다나 공공은 세금이라는 예산을 활용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사업기획의 내용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주민주도의 주민참여예산이나 주민정책제안을 기획할 때에도 최소한의 내용적 충실성을 좀 더 추구할 필요가 있다.
재밌는 그림을 가지고 왔다. 이 그림은 초등학생이 용돈을 올리기 위해 ‘용돈기안서’를 작성한 것이다. 아마도 용돈에 대한 의사결정자는 엄마와 아빠일 것이다. 아주 짧은 초등학생의 문서이지만 사업기획 측면에서 꽤 설득력이 있다. 자세히 보면 용돈 상향에 대한 배경과 필요성, 구체적 추진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용돈을 왜 올려줘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현재 물가와 용돈의 괴리”를 내세우고 있다. 일주일에 천 원이라는 용돈 액수는 아이스크림 한 개에 500원이라는 현재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용돈을 무조건 올려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용돈을 그냥 올려 받지 않고, 다양한 집안일을 통해 그에 대한 대가로 용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빨래 개기 100원, 거실 치우기 100원, 내방 청소하기 100원 등으로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사업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왜 해야 하지’ 부분과 ‘어떻게 할 건데’ 부분이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 용돈 하나 올리기 위해서도 이렇게 설득력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초등학생의 용돈기안서는 의사결정자 설득에 성공하였다.(결제칸 사인 완료) 이것을 인터넷에서 찾고 난 뒤 뭔지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뇌를 스쳤다.